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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이백과 두보는 살아있다(4)

2018. 04.26. 17:27:13

이백의 낭만주의와 정신의 자유는 북송시대의 같은 사천성 출신 소동파(1037-1101)로 이어지고, 두보의 완벽을 추구하는 모범적 문학 성향은 소동파의 제자인 강서성 출신의 황정견(1045-1105)과 같은 이에게로 이어진다.

소동파의 '위소주 시의 운에 맞추어 등도사에게 보내다(和韋蘇州詩寄鄧道士)'라는 시다.



나부춘 술 한잔을

멀리 산속 은자에게 보낸다

멀리서도 알겠네, 홀로 술 다 비우고

소나무 아래 바위에 취해 누워있을 것을

숨어사는 이를 만나볼 순 없지만

맑은 휘파람 소리 달밤에 들려오네

농 삼아 암자에 있는 그대에게 묻노니

하늘을 나는 신선은 본래 발자국이 없다든가?



황정견의 '마애비를 제목삼아(題磨崖碑)' 중 일부다.



현종이 제대로 정치를 하지 못해

천하가 뒤집어졌네, 안록산 정도에게

사직을 지키지 못해 서쪽으로 몽진하니

관리들은 모두 도망쳐 숨었네 새가 깃들 곳 찾듯

- 중략 -

신하 원결은 용릉의 노래 두세편을 지었고

신하 두보는 두견에게 두 번 절하는 내용의 시 지었네

어찌 알 수 있으리오, 뼈에 사무치는 충신들의 고통을

후세는 단지 감상할 뿐이네, 아름다운 시구로만.



북송시대를 산 소동파는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3부자가 당송팔대가에 들어간다. 당(唐)시에 비해 철학적 요소가 짙다는 평가를 받으나, 천성이 자유인이었던 소동파는 남방의 자유스런 문학 환경에서 극도의 정신적 자유와 함께 인간을 넘어선 신선의 세계를 넘보고 있다.

이에 반해 소동파의 제자인 황정견은 전고(典故)와 조사(措辭)로 시의 격과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시풍으로, 양자강 하류의 남방문화권 출신이면서도 북방 문학의 상징인 시성 두보의 성향을 잇고 있다.

'마애비를 제목삼아(題磨崖碑)'의 시구에서처럼,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앞서의 역사적 사실 등(전고)에 의존하고 있어 사전 지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대륙이 낳은 이백과 두보 두 시인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매우 흥미롭게도 작품 경향은 서로 대비된다. 작품 경향의 차이는 자랄 때의 집안 환경뿐만이 아니라 지리적 및 역사적 환경으로부터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이백은 진령산맥과 회수 이남인 강남의 사천성에서 태어났고, 두보는 진령산맥과 회수 이북인 황하 일대의 하남성에서 태어났다.

기후가 따뜻하고 토지가 비옥한 양자강 일대의 남방 지역은 자연스레 환경적 여유에서 비롯된 풍부한 상상력과 낭만적 성향을 낳고, 기후가 한랭하고 토지가 척박한 황하 일대의 북방 지역은 소박하고 실제를 중시하는 사실주의적 경향을 띠게 되었다.

이런 지리적 환경에서 남방에서는 신선(神仙)을 추구한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도가 사상과 낭만주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굴원의 '이소(離騷)'로 시작되는 '초사'가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런 풍부한 상상력과 낭만적 경향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시선(詩仙) 이백을 낳았다.

북방에서는 질서를 중시하는 성인 공자의 인(仁)사상과 주로 현실 소재를 다루면서 소박하고 사실적 경향을 지닌 '시경'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 사실주의는 시적 완벽을 추구한 위대한 인간 시성(詩聖) 두보를 낳았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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