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로 내려와 진압방식을 놓고 대화를 나눈 기록이 38년 만에 발견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3일 고 천금성 소설가가 1988년 1월 펴낸 ‘10·26 12·12 광주사태’ 후편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씨가 광주에서 소준열 소장 등과 함께 진압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했다고 발표했다.

5·18기록관은 소준열 전투병과교육사령관 겸 전남북계엄분소장과 정호용 특전사령관 등 3명은 1980년 5월 20~22일 광주에서 5·18을 어떻게 진압할지에 관한 ‘3인 회동’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기록관은 천금성 작가가 전씨를 직접 만나 취재했고, 전씨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천 작가에게 자신을 따랐던 사람들과의 면담을 주선하거나 자료 등을 전폭적 지원해준 것이어서 ‘5·18 당시 광주 방문’은 신빙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책자에서 전두환과 관련된 단락 가운데 ‘현지로 내려온’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 책에서 가리키는 ‘현지’는 광주임이 확실하다”면서 “보안사령부가 서울에 있었으므로 보안사령관인 전두환이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온’이라는 표현으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1980년 5월 21일 오후 4시 30분께 소준열을 미리 전투병과교육사령부로 보낸 뒤 22일 오전 10시 사령관으로 취임토록 했으니 3인 회동이 이뤄진 건 20일에서 22일 사이로 추정된다”며 “회동장소는 전투병과교육사령부나 광주비행장 등으로 추정되며 일자는 21일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한편, 나 관장은 이번 분석자료에서 ‘전두환 광주방문’에 대한 과거 증언들도 공개했다.

1995년 검찰수사에서 5·18 당시 진종채 2군사령관은 “날짜와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5·18 당시 전두환·노태우 등이 광주비행장에 따로 내려와 전교사사령관, 505보안부대장을 만나고 갔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진술했다.

허장환 광주 505보안부대 대공과 수사관은 1980년 여의도 평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당시 서의남 505보안부대 대공과장에게 ‘오늘 전두환 사령관님께서 광주를 다녀가셨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해 당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