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위치추적기와 몰래카메라 등이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판매되면서 사생활 노출 등 각종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위치추적기’를 검색하면 수십 곳의 판매처들이 소개되고 있다. 몰카는 초소형카메라 및 캠코더 등으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N과 D사이트 쇼핑몰에선 추적기와 몰카제품들이 최저가 2만9,900원부터 300여만원 고가형까지 다양하게 소개돼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한 판매 사이트는 24시간 구매관련 카톡 상담서비스를 비롯해 새 제품 출시기념 이벤트로 10~20% 파격 할인가격을 제시, 쇼핑객들을 끌어모으는 등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주로 판매되는 위치추적기와 몰카의 인기모델은 10만~20만원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위치추적기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차량 하체의 은밀한 곳에 부착돼 위치정보를 수신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수신이 가능한 PC 등에 연동돼 이동경로 등 수신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위치추적기와 몰카 등의 거래는 각종 범죄행위에 악용되고 있다. 판매업자들은 인터넷 등에 ‘남편·아내 추적’ 등 광고문구를 삽입해 배우자 불륜문제로 고민하는 고객들을 유혹, 판매를 부추긴다. 심지어 위치추적기 한 판매사이트는 ‘배우자 위치추적 불륜확인 노하우’ 게시글을 올려 추적기 부착 위치 및 증거잡는 방법 등을 상세히 알려주기도 한다.

추적기를 판매하는 한 관계자는 카톡상담에서 “스마트폰 앱 지도상에서 어느 건물로 들어간 것까지 위치추적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며 “주로 배우자 불륜현장을 덮치거나 사생활 등을 캐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 구매대행 직배송으로 전달되는 한 몰카 제품은 가로·세로 길이가 19mm·40mm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에 불과해 몰카 기능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인터넷 몰카판매 한 상담원은 “갈수록 작아지고 해상도 좋은 제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무상 A/S까지 가능해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치추적기와 몰카 등의 관리가 허술한 것은 관계기관의 부실관리와 법규정 미비를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와 범죄악용 여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범죄를 부추긴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현행법상 변형카메라 제작·판매·유통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몰카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구매 역시 별다른 제재없이 가능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위치추적기 사용목적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치매노인 실종예방 등 순기능은 확대하되, 불법행위는 강력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만으론 몰카범죄 근절이 쉽지 않다”며 “초소형 카메라도 총포류나 도검류처럼 엄격히 관리하면 상당한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