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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가 사라진 정치판 진보-보수 칼끝 겨눠
박원우 편집국장

2019. 10.13. 17:54:03

매 주말과 휴일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다.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 대결구도가 이젠 진보와 보수로 바뀐 듯하다.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주변에서 '조국 수호'와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진보-보수 단체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지난 주말 서초동 일대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던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서초대첩 최후통첩'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보수 진영의 광화문 집회에 이어, 사흘 만에 진보 진영에서 대규모 집회를 다시 개최한 것이다.

이에 맞서 보수단체 자유연대와 우리공화당도 같은날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구호를 외쳤다.

이번에는 참가자 숫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보와 보수는 자신들이 개최한 집회에 100만명에서 300만명까지 참여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 숫자를 통해 자신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매주 대규모 집회 여론 양분



최근 서울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이런 거리정치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흔한 정치형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였던 시절, 이들은 항상 구름 같은 인파를 몰고 다녔다. 물론 상대는 군부독재 정권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많은 지지자들을 끌어모았던 거리정치는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형태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인터넷 등 통신매체가 발달하면서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정치행위는 먼 옛날 얘기가 됐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데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다양한 정치참여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거리정치는 그 의미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최근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가며 벌이고 있는 대형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촛불을 든 대규모 인원이 광화문으로 몰려들었던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당시 등장한 대규모 촛불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무능함과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개함이 그대로 표출된 형태였지만 최근 진보와 보수의 거리정치는 일종의 세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자발적인 참가자들도 있겠지만 진보와 보수 세력 간의 치열한 다툼이라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를 정치적인 행위와 결부시켜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집권을 위한 세력 간 충돌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진보는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을, 보수는 조국사퇴와 문재인 퇴진을 주장하지만 이들 사안 자체가 수백만명의 군중을 동원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검찰개혁이야 법을 개정해야 할 부분은 국회에서, 나머지는 대통령의 결정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진퇴 여부는 대통령이 임명한 이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 결정하면 된다. 문재인 정권퇴진에 대해서는 탄핵할 만큼 큰 허물이 있는지 먼저 따져보면 될 일이다. 양측 주장 모두 수백만명의 군중을 끌어모을 만한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주 광화문과 서초동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것은 정치세력 간 인원 끌어모으기 경쟁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의 정치행태를 보면 진보와 보수만 있을 뿐 중도는 보이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중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는 중도정치를 추구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는 게 원인일 수 있다. 예전에는 여당과 야당이 사활을 걸고 싸우다가도 양측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도 정치인의 중재로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도 했다. 최근의 우리 정치에서 이런 장면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집권을 위해 서로 혈투를 벌일 뿐 서로에 대한 관용은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극단적인 정치상황이 중도 정치세력의 씨를 말려버린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상대를 적으로 보는 건 위험



전 세계의 정치세력을 단순화해 분류해보자면 진보는 평등을 주요 가치로 삼아 복지를 구현하는데 힘을 쏟고, 보수는 친 시장주의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기업활동에 정책의 초점이 맞아 있다. 유권자인 국민들은 시대적인 상황에 맞춰 진보이던 보수이던 정치세력을 선택하면 된다. 상대를 적으로 간주해 몰아붙이는 정치행태는 정치보복으로 이어져 정치세력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진보와 보수 모두 서로에게 향한 칼끝을 당장 걷어치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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