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국회의원이 더 이상 부끄러워 견딜 수 없다며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 정치가 한심하고 많이 부끄럽고 앞으로 바꿀 자신도 없다."는 것이 그의 불출마 선언의 이유이다.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일삼고 있는 패거리정치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자 절치부심의 자기반성이다. 국회에 입성하기 전에도 이철희 의원은 정치권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던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구석구석을 살피고 마땅한 대안들을 제시했던 흔치 않은 국회의원 한 사람을 잃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적반하장, 여반장, 후안무치, 내로남불, 아니면 말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리 정치상황을 비꼬는 말들이 넘쳐난다. 그래도 국회의원 어느 한 사람도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이철희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용기'라기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그에게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주장의 이유들이 어딘가 모르게 공허해 보이기까지 한다.

필자는 이철희 의원 불출마 소식을 접하면서 이미 현실정치에 참여를 결심한 나 자신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도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저런 절망을 토로하며 저와 같은 용기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정치란 결국 '약속'을 내놓고 '책임'을 평가받는 일이다. 약속은 정책과 무수한 말들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여론과 최종적으로는 투표에 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현실은 약속도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게 이루어져 왔고, 그래서 책임도 뒤따르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약속과 책임에 대한 평가도 지역감정이니 진영논리니 해서 부실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현실정치에 참여해서 너는 무엇을 할 작정이냐고 자문하면서 내린 결론은 그래도 네편 내편이 아니라 '국민의 편'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설자리로 여기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편에 선다는 것이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의해 철저히 지배되고 있는 각 정당들의 뿌리와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의 기본 자질은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며, 국민의 삶을 취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은 정치의 본령에 다름 아니다. 아직 국회에 들어가 보지 않은 필자가 섣부르게 정치의 본령과 정치인의 자세를 입에 올리는 것부터가 온당치 못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이 역시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한 사람으로서 '약속'이 될 것이며, 이 약속에 대한 '책임'을 일상적인 삶의 가치로 여기는 것 또한 기본적인 자질을 연마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한걸음 더 들어가자면 특히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없는 이른바 사회적 약자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래도 가끔 개천에서 용이 난 적도 있었고, 개천의 용을 보면서 기회의 출발점에서 공정함을 보장받지 못한 청년들이 자신도 그와 같은 용이 되기 노력하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그런 '헛된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며칠 전 필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주 북구의 한 도사관에서 '독서'를 주제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의 한 명 한 명의 눈망울들을 보면서 나는 지금 이 친구들에게 어떤 말로 희망을 갖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다가 결국 누구나 했음직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친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와 나는 왜 정치를 하려는 것이며, 내가 하는 정치는 다른 정치인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그리고 내 정치는 이 세상에 어떤 작은 밀알이라도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많은 정치인들에게 뼈아픈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 한 사람의 불출마로 우리 정치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이런 절망을 국민과 함께 확인하고 스스로 그 책임을 지는 용기는 우리 정치가 조금은 달라지는데 진정한 불쏘시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