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고 한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된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전자발찌 도입에 일조를 하여 보람을 느끼지만,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최근 불법 촬영 같은 디지털 성범죄나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계속 증가되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2016년 통계를 보더라도 한국 사회가 불안하다고 응답한 여성 비율은 여성이 51%로 절반에 달했다. 2017년 경찰청 통계에서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94%는 여성이었으며 매년 46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정폭력 피해자도 75%가 여성이다.

2018년 12월 24일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올 12월 24일 이후부터 시행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국가 책임으로 규정한 이 법은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는 국가 책임이라고 규정하면서 여성폭력의 유형과 범위를 확장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괴롭힘 행위,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까지 포괄한 것이다. 2차 피해와 피해자 관리 조항을 명시한 점도 의미가 있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겪는 피해, 집단 따돌림, 부당한 인사조치 등을 2차 피해로 정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피해자가 성별, 연령, 장애 등 특성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도 보장했다.

젠더 폭력은 생물학적 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여된 여성성과 남성성을 바탕으로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통칭된다. 하지만 젠더폭력이 여성에 대한 폭력만을 칭하는 것은 아니다.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가 남성이지만 피해자도 남성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계가 동등하지 않고 약자가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젠더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남아에 대한 성폭력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는 왜 여성폭력방지기본법만 있고 남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없나! 이건 역차별 아닐까?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삶이 예전보다 좋아는 졌지만 여전히 폭력을 많이 당하고 있고 위의 사례처럼 남성도 분명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한 사건을 보고 '남성도 폭력을 당한다'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니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폭력을 개별로 보기보다 우리 사회, 구조 등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젠더폭력은 성차가 아닌 인식 때문에 벌어지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젠더는 성역할, 우리가 믿고 있는 성별을 말한다. 여성은 이래야 하고 남성은 저래야 하고, 그러면서 은근히 여성다움 남성다움을 강요한다. 예를 들어보자! 평소 여성성을 강요하던 남성 부장님이 부하 여성 직원에게 2차에서 "친해지고 싶으니 부르스를 추자"고 한다. 여성 직원이 난감해 하고 있을 때 남성 직원이 "부장님! 저도 부장님하고 친해지고 싶어요 저랑 부르스 쳐요!"라고 한다면 "오! 그래 좋아" 라며 부르스를 출 부장님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이 관계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UN 조사연구보고서는 여성 대상 폭력의 원인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개인적 인식과 더불어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사회적 신념과 불평등한 권력관계, 여성의 사회적 자원에 대한 접근 부족과 사회적 기회 제한, 여성을 지배하려는 남성의 권력과 통제 욕망, 남녀차별적인 공식적 비공식적 사회제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회적 구조는 남녀차별적 맥락을 지속시키고 있으며, 개개인은 단순히 물리적인 폭력이 아닐지라도 사회적인 폭력을 경험할 수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는 '여성폭력피해자'를 '여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과 그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 포함), 직계친족 및 형제자매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하다면 가족, 형제자매가 안전할 것이며, 결국 성별을 떠나 우리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고 안전한 사회를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