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사회상의 구체제를 합법적·점진적 절차를 밟아 고쳐 나가는 과정'이라 규정돼 있다. 즉 일정한 조건의 제도 및 정치체제의 본질적 요소를 유지하면서 일부만을 사회 발전에 적합하도록 변혁시켜 나가는 것이라 해석될 수 있다. 기존의 사회제도 및 정치체제를 전면적으로 변혁시키는 혁명과는 크게 대비된다. 기존 체제나 추세를 부정하지 않고 드러난 모순만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로감만 없다면 특정 사회나 조직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개혁이란 것이 녹록지 않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든 기존의 틀이 공고히 형성돼 있는 데다, 그중 십중팔구는 틀 안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유무형의 카르텔들을 깨기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사회나 국가의 일부 조직들은 개혁에 대해 아예 드러내 놓고 반발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한다.



시대적 흐름 거역할 수 없어



그렇지만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것이 이치이다. 오히려 일부 조직은 변화의 요구에 반발하다 시대적 흐름을 거역 못하고 강제적 개혁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니 요즘엔 강제적으로 개혁을 요구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화두는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패스트트랙', 그리고 정치권 개혁 및 이합집산이다. 신문·방송은 물론이고 포털사이트까지 이들 용어가 온통 지면과 눈을 점령하고 있다. '개혁'이나 '패스트트랙'에 대한 이해 여부를 떠나 이를 둘러싼 찬반 대립과 논쟁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어지러울 지경이다.

사실 '검찰 개혁'이란 용어는 일반인들에겐 먼 나라 일이나 다름없다. 일반인 시각에선 검찰이란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데다 개혁을 하라 마라 할 수 있는 힘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선 최근 조국 전 장관 사태나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대치 국면을 지켜봐 오면서 귀와 눈이 피로할 정도여서 너무나 익숙해졌다.

문제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개혁에 대한 조직 및 구성원, 각 정파 간 시각차가 너무나 크고 기득권 세력의 반발 또한 거세다는 점이다. 특히 개혁이나 변화에 극히 소극적인 정치권의 경우, 강한 반발과 기득권 사수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공공의 적이 돼왔다.

이와 관련,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 불출마를 밝히면서 언급한 글이 눈에 띈다. 그는 특유의 촌철살인과 정치 평론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외부 인재 1호로 영입해 비례대표를 시킨 인물이었던 터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는 글에서 "의원 생활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불출마 명분으로 밝혔다. 그는 우리 정치에 대해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검찰은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정치가 무기력해지고 절망에 익숙해진다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권한 또한 틀 내에서 이뤄져야



그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정치는 정치적 상대를 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상호존중'에서 비롯돼야 한다. 공직자들의 권한 또한 제도적 틀 내에서 행사할 때만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이슈가 되는 정치권과 검찰 개혁, 정치권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높여주는 발언으로 받아들인다.

비단 정치권이나 검찰에만 이 같은 이치가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엔 상호 존중이라는 공통의 공간이 있어야 하고, 변화와 양보가 필요하며 이 또한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야 마땅하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