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중에는 '광주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역사를 더듬어보고 그 역사에 몰입하는 일은 찾기 쉽지 않은 탓에 광주를 배우려는 그들은 왠지 달라 보인다. 광주 역사를 배우려는 그들을 위해 준비한 게 있다. 민주화 역사를 테마로 삼아 실제로 판매·운영 중인 '의향 광주' 시리즈 상품이 그것이다. 일명 '의향관광'이다.

의향관광이란 조선시대와 구 한말 및 일제강점기의 의병 역사지를 방문하고 또 그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특수목적 관광이다. 광주시는 의병활동정신이 일제강점기의 학생독립운동, 4·19의거, 5·18민주화운동까지 전승되었다 보고 지역역사관광의 영역까지 의향관광의 범주에 넣어 광주만의 의향관광 소재로 발전시키고자 연구하고 있다. 특히 내년은 5·18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이를 기념하고자 여러 단체들의 광주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반의 다양한 의향관광 프로그램을 광주전남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주목받게 될 광주 의향관광상품



의향관광 상품을 통해 올해만도 10여 단체가 광주를 방문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국립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5·18자유공원 등을 둘러봤다. 특히 일본에서 온 방문객들은 5·18을 겪었고 그 정신계승에 힘 쏟는 '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회' 와의 만남을 통한 간접체험을 광주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이라 여긴다. 일본 관광객의 경우 국립5·18민주묘지, 5·18자유공원, 구 전남도청, 전남대학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 민주화운동 주요 사적지 방문에 주력한다. 물론 오리탕, 상추튀김 등 광주만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 미국 관광객들은 국립5·18민주묘지에서의 참배 프로그램에 경건하게 참여하며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라 극찬을 하면서도 더 많은 사적지 방문보다는 한국의 전통문화체험에 무게가 쏠리는 듯하다.

의향관광은 그 개념과 실행 과정이 다소 어렵고 무거운 주제이다. 지난한 역사를 알기 쉽게 정리하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에 '의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다. 일단 외국인은 제쳐두고라도 한국인이라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역사여행이 주는 의미에 대해 더 크게 감명받을 수 있을 것이다. 광주의 의향관광 인프라는 꽤 잘 구축돼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양림동의 최승효 가옥, 김덕령 장군이 배향된 충장사, 고경명 장군의 포충사가 광주에 자리하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 국난 극복에 몸을 던진 의병장들과 민주 영령들을 모신 시설물들이 의향 광주를 나타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학살로 유명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베트남의 구찌터널 등을 둘러보는 다크투어리즘이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을 보아 광주형 다크투어리즘도 여행콘텐츠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일본에서 온 방문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회'와의 만남은 그들에겐 생생한 역사 현장의 간접체험임에 분명하다.

이제 그동안의 의향관광에서 득실을 따지고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내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전환점이 돼야 한다. 광주지역 역사투어, 광주형 다크투어리즘의 보완점을 찾아 정비하고 완성된 상품을 국내·외에 알리는 것이 광주 의향관광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또한 대상을 분류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 북미 역사투어단을 위한 프로그램, 일본 민주화운동 테마여행을 위한 프로그램, 미국 민주역사+전통문화 테마여행을 위한 프로그램, 국내 민주역사+미식관광 프로그램 등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의향관광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는 관련 업계와 단체, 전문가 그룹 등의 자문과 도움이 필요하다. 광주를 좋아하는 많은 수도권 협력여행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민주역사 체험 인프라 잘 구축돼



광주로의 의향관광은 선조들의 국난 극복 현장과 민주화역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광주를 배우는 작업이다. 광주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는 일이다. 광주에서 민주역사를 배우고 이것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도록 스스로를 다잡는 학습이다. 따라서 다크투어가 대중친화적인 관광콘텐츠로,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내년은 광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광주정신을 배워가고 자신의 나라에서 이를 퍼뜨리는 모습이 끊이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