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청년들의 표심과 선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지도층들의 자녀 입학과 취업과정에서 저지른 부정이 대입과 취업 과정에 있는 우리 사회 청년들에게 적잖은 상실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세상은 특권과 반칙이 허용되지 않아야 하고, 그것 없이도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법과 제도의 범위 밖에서 이런저런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고 있고, 자녀들의 입시비리와 취업청탁 등의 부정과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수저와 흑수저로 나뉘어 '타고난 신분'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세상이 됐다고도 한다.

청년들의 희망절벽 현상은 출산율과도 연결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두려운 청년들에게 보육과 교육의 국가 의무를 확장한다고 해도 국가의 보육과 교육지원의 질적인 면에서 한계가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교육의 질적 차이는 대학입시와 취업의 차별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는 사회구조에서는 청년들의 의식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불공정만으로도 벅찬데 내가 낳을 자식에게까지 그런 불공정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으로서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선배로부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광주의 5.18과 제주의 4.3을 비교 연구하는 공동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학생들은 7명이 한 팀이 돼 광주와 제주를 대표하는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자신들의 또래집단의식과 인지도 조사를 실시해 광주는 제주 4·3을 모르고 제주는 광주 5·18을 잘 모르는 현실을 확인하고,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관련 단체의 전문가들을 찾아가 면담 형식으로 해답을 모색해 보고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세대 역시 청소년들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탄핵했던 광화문의 촛불혁명에서도 청소년들의 활동은 여러 측면에서 두드러졌다. 수백만이 모인 촛불집회 현장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왜 이곳에 나왔는지를 너무나 명쾌하게 설명해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소녀상지킴이 활동과 정신대 할머니들의 고통을 보듬고 있는 수요 집회 등에서도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 갇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다양하고도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내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밝은 미래를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2040세대를 생각하는 '정치혁신'의 시작은 선거와 투표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혹자들은 청년들의 상실감이 투표의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야 하고,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투표가 곧 '정치혁신'의 시작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치혁신 없이는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고, 태어날 때의 환경이 평생의 길을 결정짓는 불공평한 세상을 바로잡는 길임을 우리 청년들은 잘 알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불행했던 과거를 바로잡고 오늘의 민주발전을 이루어낸 동력이 청년이었다. 청소년들의 역사의식과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이미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나는 그런 점에서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믿음과 격려, 청년들의 희망절벽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북돋고, 그 기회를 확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철희 국회의원은 자신의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적어도 청년들 20~30명 정도가 들어와야 국회가 변할 것이라고 단언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파이팅을 응원하며,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참여를 더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