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달라질 것 같지 않던 관광산업이 '스마트관광'이란 이름으로 체질 개선 조짐을 보인다. 여기에는 정부가 밝힌 관광산업 방향도 한몫한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교통·언어·예약·결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관광 인프라 구축을 혁신전략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관광이 뭐라고 대통령까지 나선 것일까. 지난 2013년 그 단어가 첫 선을 보인 '스마트관광'은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졌지만 고작 몇 년 지나지 않아 익숙한 트렌드가 됐다. 제주도는 스마트교육 플랫폼인 '크래커'를 활용해 제주돌문화공원과 해녀박물관에 스마트 교육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관람객이 스마트폰으로 퀴즈를 풀고 증강현실 게임을 하면서 관광지를 체험할 수 있는 구조다. 오픈 이벤트로 미션을 모두 해결하면 각 관광지 안내소에서 경품을 준다. 제주뿐만이 아니다. 용산 전쟁기념관, 서대문형무소, 경기도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 과천과학관 등 국내 적잖은 관광지들이 해당 플랫폼을 도입해 스마트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연계한 인공지능-이미지 매칭 사업을 안양 예술공원에 적용했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사업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 및 스캔하면 관련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원거리 검색이 가능하다. 댓글과 공유 등의 사용자 활용기능도 있다.

스마트관광은 종래 여행사를 매개로 한 관광의 개념을 뒤집어놓았다. 핀란드 헬싱키의 경우 세계에선 처음으로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로 통합한 '휨'(Whim)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최단 경로의 이동 방법을 얻는다. 버스 기차 택시 등의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전동 킥보드 등 스마트 이동수단도 특정 회수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도 제공한다. 숙박 커뮤니티인 '에어비앤비'도 스마트관광의 주요 콘텐츠다. 호텔을 예약하지 못한 게스트를 온라인으로 호스트와 연결해 줌으로써 안전하고 편리한 여행을 뒷받침해준다. 굳이 여행사에 의뢰를 하거나 호텔에 전화를 걸어 일일이 상담을 할 필요가 없다. 일본 헨나호텔은 세계 최초의 로봇호텔로 알려져 있다. 프런트에는 사람 대신 사람 형상의 로봇이 고객을 맞이한다. 일본어는 물론 영어와 중국어 등 호텔을 많이 찾는 고객의 언어로 대화를 하고 원하는 정보도 제공한다.

국내 일부 지역에서 최첨단기술을 관광산업과 접목했다고 하지만 스마트관광은 이제부터다. 여행객들의 상당수는 기존 여행사 프로그램 대신 온라인에서 교통수단과 숙박시설을 예약한다. 전통 여행 방식인 단체가 모여 관광 가이드의 깃발 아래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는 개별여행을 즐기는 추세다.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다. 한 통계자료는 국내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개별여행객임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여행업계가 개별여행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들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의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지 못한 탓이다. 사실은 기존 여행사의 경쟁상대는 OTA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다.

시대의 흐름, 시장의 변화에 맞춰 유효한 전략을 수립하고 거기에 걸맞은 관광객 유인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스마트관광이라 해서 막대한 자본이 들지도 않는다. 특정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장치를 마련해주면 된다. 스마트관광이 일반 관광에 투자했을 때보다 5배 가까운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객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도 한다.

광주시가 AI 분야를 전국에서 가장 앞서 추진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이다. 이에 발맞춰 지역 관광산업의 큰 틀을 스마트관광으로 재편하는 것은 당위성 있는 수순이다. 스마트관광 경쟁력 지표를 개발하고 경제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규모가 확대될 관광산업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