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에 갔던 그 친구?

나이 18살의 학교 밖 청소년 민주(가명). 민주는 작년 4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를 마치고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됐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관계, 자신의 진로 등 모든 것들이 두려웠다.

민주는 학업중단숙려제로 우리 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학업중단숙려제는 혼인한 부부가 협의 이혼 신청 시 성급한 이혼을 막기 위해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이혼을 허가해 주는 이혼숙려기간제도 처럼 학업중단 징후나 의사를 밝힌 학생들에게 최소 2주 이상 최대 7주까지 숙려 기회를 부여하고 상담 등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신중한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학업중단을 예방하는 제도이다. 학업중단숙려제는 교육청의 위센터나 각 자치구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학업 중단 의미가 확고한 청소년의 경우 주로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되고 있다. 이는 학업 중단 시 바로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 정보 제공의 측면도 있다.

민주는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현실적인 차이에서 느끼는 부당함과 시간적인 차이에서 오는 불안감을 얘기했다. 첫 번째는 "이 시간에 학교 안 가고 뭐해?"같이 사회적인 시선이다. 쟤는 자퇴했으니 이러한 아이일 것이라는 편견, 학교도 안 다니는 애가 뭘 아냐는 천대,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해 생기는 소외. 또 학생도 성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로 아르바이트 자리는 성인에게, 공모전 기회는 학생에게 주어지는 은근한 격차를 느꼈다. 두 번째는 학교를 다닐 때보다 여유로운 시간과 바쁜 친구들을 볼 때 느끼는 불안감. 그로 인한 우울과 자책감이 그것이다. 자퇴를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고여 있고 남들은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 꿈을 찾아 성장여행 중

그런 민주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도 했고 떳떳하게 잘 살고자 노력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가장 먼저 상담을 시작했고,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자기혐오와 우울, 짜증 등을 하나씩, 천천히 꺼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을 보듬으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혼자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우리 센터 선생님의 권유로 검정고시 학습반에서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했다.

검정고시를 끝내면 막연히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커다란 목표가 사라져서 힘들었다. 갈 길은 먼데 무엇을 보고 달려가야 하는지 모르는 그 순간.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간 여행에서 사진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이걸 좀 더 잘 찍고 싶은데, 누구한테 배울 수 없을까?" 하다가 광주광역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학교밖청소년 직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인 'JOB으로GO'에 참여해 사진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쓴 사진집을 준비해 첫 책을 갖게 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고, 가족이나 친구 이외의 새로운 사회관계를 익히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민주는 장래에 대한 큰 목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자신이 예전부터 되고 싶었던 '글 쓰는 사람'에 대해 떠올렸다. 멋진 문장을 읽으며 서 있었던 순간, 어떤 현실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욕심,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마트폰의 글 쓰기 앱에서 제시되는 단어로 하루에 두 번씩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다. 다음은 도서관에서 사서 봉사를 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글쓰기 과외를 받기도 했다. 자기 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영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구상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설의 멋진 캐릭터와 연극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서로 공유하고 배움을 통해 성장해 가고 있다.

#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다.

민주는 자신의 미래를 향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 공부를 준비 중이다. 그 공부를 위해 센터의 수능 준비반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현실적으로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필요하다. 내년의 도약을 위해 올 한 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을 위한 어떤 여행을 준비하고 있단다. 민주는 이렇게 얘기한다. "학교를 자퇴해 운동장을 기분 좋게 가로질러 갔던 그 친구는 지금 잘 지내고 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서러웠던 적도 많지만 아직까지 멀쩡하게 잘 살아 있다. 다른 이들에게도 내가 듣고 싶은 것처럼 잘하는 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잘 될 거라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