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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들은 1년간 어떻게 살았을까
데스크칼럼

2019. 12.17. 17:17:55

[ 전남매일=광주 ] 이연수 기자 = 배고픈 예술가가 먹어치운 1억 5천만원짜리 ‘바나나’(아트바젤 마이애미), 김환기 대표작 ‘우주’ 낙찰가 132억원(홍콩 크리스티 경매), ‘11개의 똥구멍’이란 비판을 받은 제프 쿤스의 조각 ‘튤립 꽃다발’(파리 프티팔레 미술관 앞 설치).

올 한 해 미술계 기사를 정리하다 보니 민감한 이슈들이 눈에 띈다. 경기와 밀접한 미술시장에서 작품 판매와 가격은 큰 관심거리다. 액수가 그저 ‘강 건너 불’ 또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도 미술계엔 한 줌 희망의 불씨를 전파한다.

-생계형예술인 설자리 없어

올해도 국내 미술경기는 냉랭했다. 미술시장의 장기 침체 흐름이 좀체 가실 분위기가 아니다. 전업작가들은 1년간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작품이 팔리지 않으니 전시를 여는 것 자체가 손실이고, 온라인 시장이나 공모전에 눈을 돌려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공개한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8%(204억 원) 줄었다. 갤러리 매출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아트페어가 우후죽순 열리고 여기에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작가미술장터’까지 곳곳에 판을 벌렸다. 미술품들이 연중 판매대에 올랐지만 그림을 팔아 생활고를 해결했다는 작가는 보이지 않는다. 작가미술장터의 경우 작가가 직접 작품을 판매하게 되는 미술생태계의 모순이 미술시장에 오히려 악재가 되지는 않을까. 또한 정부의 미술품 과세 강화 움직임에 시장은 더욱 위기감이 팽배한 한 해였다.

신안 출신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가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최초로 낙찰가 100억원을 넘긴 132억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는 소식은 한국 미술계에 희망을 전하긴 했다. 한국 미술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미술계의 실핏줄까지 희망을 전파하기엔 거리가 다소 멀지만….

지역 미술인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상대적으로 더욱 싸늘하다. 올해 지역 전시는 원로들의 회고전과 대학 교수들의 정년퇴임 기념전, 지역 미술관·갤러리들의 청년작가 릴레이전이 주를 이뤘다. 미술계의 허리 격인 중견작가들의 전시가 뜸했다.

공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미디어아트 전시가 약진했으며, 이이남 작가가 런던 동아시아영화제 공식 초청으로 테이트모던에서 대표작을 전시하고,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비디오아트 30년 조망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도가 눈에 띈다.

광주아트페어나 작가미술장터는 어땠을까. 악재 속 선전했다는 자체평가는 접어두자. 얼어붙은 경기가 작품활동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취미형 작가들이 시장으로 나오면서 작품은 고만고만 하고, 구매는 인맥에만 의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형 미술인들이 설 자리는 더욱 비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싼 그림 재료에 앞서 빵을 먼저 벌어야 하는 이들이 창의적 창작활동에 올인하기엔 예술인 복지가 바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난해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전업예술인은 전체의 57.4%, 연간 예술활동 수입은 1,281만원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소득 100만원 이하 예술인이 72.7%에 이른다. “생계에 얽매이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하고싶은 창작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중견예술인의 한숨엔 국내에서 더는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고 예술로 연명하기를 접거나, 외국으로 떠나기를 모색하는 현실의 그림자가 깊게 배어난다. 김환기는 왜 한국을 떠나 뉴욕에 정착했으며 그곳에서 예술의 정점을 꽃피웠을까.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조건 달지않는 지원 필요

서기 2020년이 코 앞에 성큼 다가왔다. 1900년대를 살던 시절 완벽한 미래처럼 그렸던 그 꿈같은 미래의 숫자다. 내년엔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 복지사업도 다양해지고 지원 대상과 예산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술을 위한 지원은 조건없는 지원이어야 한다. 지원이 구속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쥐꼬리 지원에 예술을 구속하면 예술의 생명력은 소진된다. 2020년엔 실질적인 예술인 복지와 지원으로 보다 많은 예술인이 혜택을 받고, 마음놓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부디 마련되면 좋겠다.


/이연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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