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오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연말이면 왠지 모르게 허전하면서도 한편으론 들뜬 기분이다.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움과 더불어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모른다. 종교가 없는 나 역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오면 즐겁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불현 듯 내 주위에 불우하고 어려운 이웃이 생각난다. 아마 루돌프 사슴 코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루돌프 사슴 코’는 어릴 적부터 들어온 노래이다. 그런데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네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로 시작하는 이 노래에서 루돌프는 ‘사슴(deer)’이 아니라 ‘순록(reindeer)’이다. 순록은 사슴이 살지 않는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살기 때문에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촘촘한 모세혈관 때문에 코가 빨갛다.

이 ‘루돌프 사슴 코’는 1939년 미국 시카고 백화점의 광고 카피라이터인 로버트 메이에 의해 유명해졌다. 그는 전해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고객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덟 마리 순록이 끄는 마차 그림을 그리고, 어린 딸이 ‘루돌프’라고 이름을 붙여 ‘빨간 코 순록 루돌프’가 태어났다.

이 그림책은 빨간 코 덕분에 당시 240만 부나 배포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에 360만 부가 발간되어 미국 전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49년에 조니 마크스가 작곡한 이 노래는 진 오트리가 음반으로 취입하여 1,500만 장이나 판매되었으며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 노래에서 루돌프는 ‘빨간 코를 가졌다고 놀림을 받는 외톨이’이다 그렇지만 이를 극복하고 썰매를 끌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아이들 마음속에 심어주고 있다. 그러면서 어떠한 역경이나 시련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는 묵시적인 노래이기도 하다.

순록은 다른 동물들이 살기 힘든 북극 툰드라 지역에 무리지어 살고 있다. 왕관처럼 아름다운 뿔을 가진 덩치가 큰 짐승이지만 강한 이빨이나 발톱이 없어 맹수들과 맞서 싸울 수가 없다. 그래서 맹수들을 피해 추운 북극지방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살고 있다. 마치 황제펭귄이 북극에 살고, 낙타가 사막에 살며, 홍학이 우유니 소금호수에 살듯이 말이다.

몇 년 전 북유럽에 갔을 때, 산타클로스의 고향 핀란드 헬싱키의 어느 가게에는 빨갛게 장식한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기념품으로 가득 찬 가게를 보면서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북유럽 국가들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 그들은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 사는 펭귄이나 낙타처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나누고 베풀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선진국이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며, 금수저 흙수저라는 사회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감인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상실된 한국 사회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는 성공한 사람들이 ‘꿈 너머 꿈’을 실천하며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에머슨은 ‘성공이란 무엇인가’에서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고 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면 내가 태어난 세상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