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의 화두는 단연 '개혁'이다. 검찰개혁, 정치개혁, 재벌개혁, 사회개혁 등등, 개혁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부문이 없다. 특히 검찰개혁, 정치개혁 등은 최대의 이슈다.

그럼 개혁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론 '정치·사회상의 구(舊) 체제를 합법적·점진적 절차를 밟아 고쳐 나가는 과정'으로 규정돼 있다. 기존 제도와 체제의 본질적 요소는 유지하면서 일부분만 사회 발전에 적합토록 변혁·변화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사회제도, 또는 정치체제를 전면적으로 변혁시키는 혁명과는 대비된다.

그렇지만 개혁이란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요즘 최대 화두인 검찰개혁만 해도 개혁 대상인 검찰과 추진주체인 법무부·청와대 간 마찰·갈등이 거세다. 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의견이 크다.

하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법무부와 청와대 측 의지는 거침이 없다. 검찰이 그간 직접수사를 무기로 과도한 검찰권을 사용해 온 점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여당이 검찰 퇴직 후 고질적인 전관예우 관행을 끊기 위해 대형로펌 영입제안을 일체 거절, 신선한 파문을 일으켰던 소병철 전 고검장을 인재영입한 것만 봐도 검찰개혁 의지가 읽힌다.

검찰 못지않게 개혁이 요구되는 분야는 정치권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그간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워낙 컸던 데다 특히 20대 국회 들어선 패스트트랙이나 검찰개혁 같은 개혁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극단의 대치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과 짜증을 더한 탓이다.

사실 정치권 개혁은 어제오늘의 담론은 아니다. 이는 상시 담론으로 반복돼 왔지만 20대 국회 행태가 워낙 국민들의 밉상이 돼왔던 터라 21대 총선에선 물갈이를 비롯한 개혁공천 요구가 상대적으로 거셀 뿐이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개혁 요구에 떠밀리듯 제스처를 보이고는 있다. 엊그제 소위 '개혁보수'를 기치로 창당한 새 보수당의 경우에서 보듯,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로 경쟁을 하다시피 개혁을 외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물갈이 공천이다. 각 당은 이번 총선에 대폭적 물갈이를 통한 개혁공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10여명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규모의 의원들이 불출마를 밝혔다.

그렇지만 의원들의 불출마 사유를 들여다보면 불출마 자체를 개혁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지지 하락으로 강제로 밀려나기 전의 결단일 수 있고 여당의 여성 장관들처럼 청와대의 권유가 주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당선 가능성이 큰데도 희생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당락 예측과 관계없이 당 지도부의 공천 결정을 편하게 해 주려는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됐을 순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물갈이를 통한 새로운 인물 등용과 혁신의 기폭제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외부적 요인에 의한 떠밀린 개혁 제스처라면 유권자 기만이나 다름 아니다.

정치권이 알아야 할 점은 유권자들이 불출마선언 자체에서 끝나선 안된다는 점이다. 멀어져 가는 지지를 되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닌 개혁공천, 즉 지역민들의 선택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후보자의 합리적 공천 과정, 그들이 보일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개혁 이미지 구축이 필수다. 그렇지 않다면 지지 확대로 연결하긴 만무한 일이다.

어느새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와 2022년 3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거대 정당들의 열성적 지지층 동원 양상과 격렬한 대립 구도가 나타날 개연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든 실효성 있는 정책 공약과 후보 경쟁력이 필수이다. 몇몇 눈요기 개혁 이벤트나 잔 수는 안된다. 디테일의 개혁적인 승부가 필요하다. 끝까지 절실하게 개혁을 하는 쪽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개혁의 2020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