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했다. 개발시대 이후 지속돼 온 수도권 집중 현상이 극단에 이르렀으며, 지방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나서서 균형발전을 추진할 강력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한다.

전남 인구는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1만5,000여명이 감소한 187만여명을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주춤하던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18세~39세)의 유출이 70%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정은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고,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의 8:2에서 점진적으로 6:4 구조로 만들고, 지방일괄이양법을 제정하여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지방에 이양하겠다고 추진 구상을 밝혔다.

지방분권을 거칠게 요약하면 중앙정부는 이제 손을 뗄 테니 지방의 운명을 지방의 사람들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만 부의 절반(약 49.5%)이 모여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액의 80%는 수도권에서 결재된다고 한다. 또한 신규고용의 65%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국민의 절반이 살고 대한민국 부의 절반이 모여있는 기형적인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 탓에 지역 간 세수의 불균형과 부유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은 필연적으로 나뉘게 된다.

지방의 청년이 떠나고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로 일자리와 생활 여건을 꼽을 수 있다.

지역 내 산업기반이 약하므로 일자리를 찾아서 대도시로 떠나고 지방은 점점 위축되는 악순환을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하였다. 낙후된 지방을 벗어나 도시와 수도권으로의 이주가 더욱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오히려 지방 소멸을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축된 지역경제로 인해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지방세 수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온전한 지방분권은 이러한 세수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온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 맞는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지방 거주여건 개선과 문화와 보건·교육 등 생활 인프라에 우선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방 분권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돈과 권력, 정보가 한 곳에 몰리는 구조를 깨야한다고 말한다. 즉 국토의 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이 온전히 이루어져야 지방분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상황들을 해결하고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중앙정부에 지역의 목소리를 더욱 강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난해 전라남도와 경상북도가 (가칭)소멸위기지역지원 특별법 발의를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전남과 경북만이 아닌 이제는 비수도권의 광역지자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현재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한 지원은 세수지원, 기관이전, 생활인프라 확충 등 많은 사업을 지방에 추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지방이 겪는 어려움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해 오히려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을 가속화시켰으며, 이제는 일부 지역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기 때문이다. 지방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지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도 재정비되어야 한다.

이제 국가는 지방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편파적 특혜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지방분권을 이루는 길이며, 지방이 살아야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