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끼고 살아요! 화장실 갈 때도 그렇고, 고속도로 쉼터를 잠깐 이용할 때도 가지고 내려요! 폰을 열면 누르기만 하면 음란영상이 재생되는 앱이 두 개나 홈 화면에 설치돼 있고 몇 년 전에는 누워 티비를 보고 있는 제 등 뒤에서 무음으로 음란영상을 보다가 저한테 들키기도 했고, 여성용 성인용품을 주문해 포르노 영상에서 하는 것처럼 해보라고 요구하기도 했어요. 작년에도 핸드폰 보안폴더에 야동이 있어 엄청 싸우고 나서 다시는 안 보는 줄 알았는데, 제 남편은 음란물 중독일까요? 나이는 쉰일곱이나 퍼 먹어가지고…애도 아니고…저는 앞으로 뭘 믿고 살아가야 하나요? 우리 애들이 알면 그런 아빠를 어떻게 볼까요?

상담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한숨만 내쉬며 포기한 듯 힘없이 말하던, 최근 내방한 52세 여성의 상담 내용이다.

내담자의 말처럼 나이를 퍼 먹을 만큼 먹은 성인이 그런다니 참 가슴 아프고 한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위로를 해주면서 문득 떠오른 신문기사를 인용해 본다.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음란물을 가까이하면 음란물 중독에 빠지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은 성욕을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중독은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증상인 중독(intoxication)과 정신적인 의존이 문제가 되는 중독(addiction)이 있다.

전자는 농약, 일산화탄소 등 약물중독을 말하고 후자는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마약, 인터넷, 쇼핑, 도박 등 정신적인 중독이 그 예다. 사회가 발달하고 정신적인 여유가 줄어들면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증가함에 따라 정신적인 중독의 문제가 많이 발생되고 있는데, 심리학자인 C.G. Jung 칼 융은 "어떤 형태의 중독도 좋지 않다. 알코올이든, 모르핀이든, 이념이든 모두 해롭다. 정당한 고통을 회피하는 결과다"고 했다.

음란물 중독의 메커니즘은, 처음에는 놀라기도 하기만 호기심이 생겨 다시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그 호기심을 자극하던 음란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자극적인 음란물을 찾게 되며, 음란물에서 보았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고 성적 충동을 느껴 음란물에서 나온 장면을 따라 하고 싶어 이성과 성접촉을 시도하거나 성범죄를 일으키기도 하는 단계를 거친다.

깊숙이 침투한 중독은 이 메커니즘 단계를 거치면서 습관 회로를 형성하게 되는데 뇌의 기능이 손상될 정도의 강한 자극을 주는 습관을 고치는 것은 단순히 '중독에서 벗어나겠다' 생각의 차원에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습관의 원인 즉 중독된 행동을 하게 하는 '방아쇠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중독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지만 중독을 유발하는 요인을 발견하면 중독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로, 알코올 중독자는 술병을 보이지 않게 찬장에 숨겨놓는 식이다. 그리고 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를 찾아내야 한다.

자책하고 벌주는 대신 자신에 대해 깊숙이 들여다본다. 중독 행위를 할 때 내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중독된 행동을 하기 전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행위 도중이나 그 후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런 생각을 충족해줄 수 있는 다른 것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만뒀을 때 그 자리를 공백상태로 두면 다시 중독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등 다른 습관으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그래도 힘들면 용기를 내 전문가를 찾는다.

부디, 내담자의 남편이 나이만 퍼먹은 성인이 아니라 정신이 성숙한 사람이 되길 바라며, '성숙'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성숙'은 사람이 나이를 먹어 어른스럽게 된다는 일반적인 개념이 있지만, '융'의 입장에서 성숙은 자신의 삶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성숙한 인간상'은 지금껏 페르소나(가면)에 가려진 삶을 살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삶!이며, 의식과 무의식인 정신이 자기와 만나는 것! 그리하여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