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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세계문화 중심에 서다
'기생충'의 화두, 공감의 세계화
백범 김구의 '문화 강국론'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센터장

2020. 02.19. 18:25:38

"어떤 문화든지 그 발전 과정은 일정한 단계를 밟는다." 테일러가 주장한 문화 진화론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지난 9일 미국에서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석권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이유 있는 이변이다. 진화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영화는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아카데미에 도전을 계속했지만 수상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한국영화이자, 세계 영화로는 세 번째 작품이다. 세계영화사의 선을 넘은 위대한 사건이다.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상을 동시에 수상한 건 세계 영화 흐름의 물꼬를 새로 텄다는 반증이다.

여러 수상 요인들이 있겠지만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와 치밀한 연출의 힘이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된다. 특이한 점은 '평소 하던 대로만 했던 것뿐인데 수상을 했다'는 봉 감독의 어록이다. 공감의 세계화가 거둔 승리다.

아카데미는 인종 및 젠더 차별 등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도 시대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기존 아카데미의 보수성을 한꺼번에 깨뜨린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로 자본주의와 빈부격차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봉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가파른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려 했던 가난한 남자가 오히려 계단을 내려가면서 끝나는 이야기다. 그것이 우리 시대가 담고 있는 슬픈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는 '산업화와 세계화'라는 두 단어로 특정된다. 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 이후 세계는 자본주의가 지배해왔다. 세계화는 자본주의의 힘을 등에 업고 정치권력을 넘어선 자본권력으로 군림했다.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인간 존엄성은 자본의 효율성 앞에 짓밟히는 세상이 됐다. '기생충'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풍자하여 전 세계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함께 이끌어냈다. 일본도 중국도 하지 못한 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문화가 전한 봄소식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며 문화국가를 꿈꾸었고, 민중들이 행복해지려면 남과 북이 함께 문화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문화 강국론'을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한류 드라마, BTS의 K팝, 손흥민·김연아 선수, 프로 게이머 페이커까지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 중이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은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영국 BBS 방송은 지난 11일 한국이 깨달아야 할 오스카상 4개 부문 석권에 관한 요인들을 집중 조명했다.

첫째, 한류에 대한 투자 10년의 결실. 둘째, 한국 영화산업의 예정된 잠재력. 셋째, 안목 있는 대기업의 후원. 넷째, 정부의 과감한 영화 진흥책. 다섯째, 한국은 문화강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뿌리 깊은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전에는 몰랐던 나라의 '문화적 재능'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정서와 문화는 세계인의 삶에 이미 스며들었다.

우리가 꿈꾸는 문화 강국은 어떤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될까? 세계는 하나로 묶여 돌아가는 5G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를 단순화하면 해법도 단순해진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눈앞의 성과만이 아니라 거시적 문화강국 육성체제의 구축이다. 정책의 목표와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문화가 진화하는 '여정' 속에 살피고 돌보는 '과정'이 함께할 때 문화강국으로 비상할 수 있다.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정부의 창조적 대응이 절실하다. 사회 전체가 깊이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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