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노사민정 합의로 시작된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아직도 제 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생 모델로 시작한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또다시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상생협력의 한축인 노동계가 '합의 파기'까지 거론하고 나서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중도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해 9월 노사민정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11월에 열린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 착공식에도 불참했다. 이유는 지금 진행되는 GGM이 당초 노사민정 합의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노동계의 정당한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회사 운영과정에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할 창구로 노동이사제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원·하청 개선, 노동자 평균 2배 이내 임원진 급여 책정, 시민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노동이사제는 당초 합의사항에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노동인권회관 건립, 노정협의회 사무국 설치, 시민자문위원회 구성, 글로벌모터스 임원의 적정임금 책정 등 대안을 내놓으며 노동계를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무 효과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노동계가 노사민정 합의를 공식 파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은 다음달 17일 청와대와 국회,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광주형일자리 규탄 집회를 열고 노사민정 합의 공식 파기를 선언한다는 방침이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노사상생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됐음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GGM은 상생 정신을 송두리째 묵살하고 있다", "이렇게 갈 경우 노사상생이라는 허울을 쓴 GGM은 대주주인 현대차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광주지역 노동 관련 단체 및 시민단체, 일부 정당들도 이에 동조하고 나서 상황이 더욱 꼬이는 형국이다. 광주경실련, 참여자치21, 정의당광주시당,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등으로 구성된 노동존중·사회연대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시민모임(준)은 20일 성명을 발표하고 노동계의 합의 파기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상황이 이렇게 된데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책임을 주장하며, 특히 광주시의 무능을 질타하고 나섰다. "광주시가 합리적인 조정자로서의 역할보다는 현대차의 대변인 역할만 자임해 왔다"는 것이다. 그사이 광주시·현대자동차·노동계의 3자 대화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용섭 시장과 광주시는 초심으로 돌아가 '노사민정' 가치 실현을 위한 의지와 통합적 리더십으로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매진하라는 질타다. 아울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광주형일자리가 속 빈 강정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당 차원의 역할조차 하지 않았다며 집권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무책임을 성토하고 나섰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사상 최초로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이뤄낸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국가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새로운 모델인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취지에 크게 공감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울러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유사 모델을 출범시키며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선구자나 다름없는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오히려 좌초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다음달 예정된 노동계의 합의 파기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노사민정 합의로 이뤄낸 사업에서 노동계의 합의 파기가 이뤄진다면 사업의 정당성은 어찌 되고, 명분은 또 어찌 되겠는가. 아울러 지역 이미지 실추는 어찌 되겠는가. 광주시는 현대차와 협의를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동계를 설득할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계도 합의 파기라는 극단적 방침을 철회하고 협상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화를 통해 상생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 및 국가경제의 패더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다. 다시 한번 노사민정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이뤄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