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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품격
'연대'의 중요성
문화적 진화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센터장

2020. 03.18. 17:12:23

재해는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화가 많아지고 분노 조절이 어려워진다. 좌절을 많이 겪고 있다는 신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상의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준다. 국내외 경기 위축도 확연하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인류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거듭하며 성장해왔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 진화의 품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군 장교로 참전한 사회학자 찰스 프리츠는 폭격의 심리적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사람들이 전쟁이나 재해를 직면했을 때 대응 방식을 탐구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발표했다. "사람들은 재난 앞에서 혼란과 공포에 빠지기보다 오히려 똘똘 뭉친다."혼란과 공포 속에 고립될수록 주위를 살피고 '연대'한다는 것이다. 프리츠는 재난 시기에 일종의 '재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그 이유로 서로 간의 용기와 위로 속에서 만족스러운 일체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를 넘어 지구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확진·격리·폐쇄·휴업·입국 제한 같은 용어는 일상의 친근한 용어가 됐고, 긴급문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댄다. 생명공학과 빅 데이터, 인공지능도 바이러스의 환란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반복되는 불안심

리와 편견, 과잉대응 등이 악순환되며 사회적 신뢰 수준이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국난 극복'이 특기라는 한국은 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위기를 극복 중이다. 연대가 중요한 이유다.

은둔자의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은 주로 암자나 산골에서 혼자 살았다. 까칠한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보다는 은둔자의 삶을 사는 게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연대와 소통'의 삶을 중시했다. 관계의 단절자가 아닌 가교자의 삶을 실천했다. 스님은 "홀로 사는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돼서는 안 된다. 고독에는 관계가 따르지만, 고립에는 관계가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관계와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재해는 삶의 진실을 일깨워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경제성장을 생명의 안위보다 중요하게 여긴 대가를 확인해준다.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는 2000년대 이후 인간에게 찾아온 바이러스다. 낙타와 박쥐, 천산갑이 숙주지만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은 결국 인간이다. 모든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벌어졌다. 역사적 관점에서 그 욕심의 최대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였다. 질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장애인과 노숙인, 정보에 어두운 이주민이나 노인, 환자와 산모 및 영유아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확진자나 특정 지역, 종교인들이 혐오당하고 배제와 금지가 우선 해결책으로 제시돼서는 안 된다. 이런 정책은 타국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차별에 대해 반박할 수 없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정치장사에 이용하는 정치꾼들 또한 퇴출시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적 진화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이 있다. 좋은 건 이어가고 발전시키며, 나쁜 건 끝내는 게 마땅하다. 문제를 자각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지구촌의 양지와 음지 중에서 음지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이번 코로나19 재해다. 지구촌은 모든 것을 서로에게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넓은 맥락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힘이 됐던 배려와 양보의 '공동체 정신'이 발현돼야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새로운 국면과 맞닥뜨린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역량을 스스로 믿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창궐한 바이러스와 달리 호모사피엔스는 상생과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인류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은 후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다시 뛸 수 있도록 상생과 연대를 통한 진화의 품격을 갖추는 것이다. 서로 기대면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행동은 이미 시작됐다. #착한 임대인 운동 #힘내요 대구·경북 #마스크 양보하기 #마스크 안 사기 #으라차차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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