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광주]박선옥 기자=“시장에서 50년 가까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사람 구경하기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양동시장에서 47년째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하소연이다.

지난 주말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양동시장을 찾았다. 여느 때 하는 취재와 달리, 마음이 무거웠다.

힘든 처지에 놓인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불행을 들춰야 하기 때문이다.

줄지어 있는 상가 사이에 폭 2미터의 길이 나 있다. 이 길은 손님들이 오고 가는 통로인데 스산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사장과 손님 사이의 가격 흥정 소리가 들려야 하지만, 이날은 TV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 소리만이 무거운 적막감을 깰 뿐이었다. 시장 초입에 자리한 이불가게에 들어가 사장님에게 코로나로 인해 바뀐 상황에 대해 물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말은 “힘들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였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데 마음 한 편이 불편했다고나 할까. 언제 써도 쓰게 될 베개포 2장을 구입 후 힘내시라는 말을 건네고 문 밖을 나섰다.

이어 들어간 식당에서 신분을 밝히고 질문을 하려던 찰나에 사장님은 말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장님의 손짓에 두 번 물어볼 수 없었다. 식당에서 퇴짜를 맞고 건어물 가게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47년째 장사해온 사장님은 “IMF, 사스, 메르스 등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사장님께 마른김 한 톳과 잔멸치 5,000원어치를 담아달라고 했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도 사장님은 봉지 한가득 멸치를 넣어줬다. 시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인심을 듬뿍 받고 돌아왔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더 큰 재앙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시장에서 장을 보길 조심스레 권유해 본다. 우리들이 식당과 시장을 방문하면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