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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학교와 대학의 차이
김승호 세한대학교 초빙교수

2020. 03.25. 17:41:11

"나는 여러분의 교사가 아닌 교수입니다. 대학교수와 초·중·고 교사는 다릅니다. 이제까지 교사들은 여러분을 지도하시면서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는 보충해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습은 여러분 자신의 책임입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러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학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한 증거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교수들은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낙제를 하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학생 책임입니다."

이는 초·중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 간의 차이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미국 휴스턴대 철학과 교수이며 작가인 케이스 파슨즈(Keith M. Parsons)의 말을 번역한 것이다. 그가 담당하는 철학 강의의 첫 시간에 안내하는 내용으로서 '신입생들이 알아야 할 대학(Message to My Freshman Students)'의 제목으로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이다. 파슨즈 교수는 대학 공부에서 학생 자신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초·중·고 시기에는 교사의 지도 노력, 평가를 통한 확인 그리고 학업성취 결과에 대한 교사의 책임이 학생 못지않게 크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은 분명 차이가 많다.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넘어 고등학교까지는 거의 100퍼센트 학생들이 진학하지만, 대학 진학은 선택적이다.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입시를 거쳐 수학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거액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에서는 공부해야 할 내용인 교육과정도 매년 10여 개 과목이 의무적으로 주어진다. 반면에 대학생들은 전공과정을 중심으로 배우고 싶은 4-5개 과목을 선택하여 공부하고 성적 결과에 대해 학생 자신이 책임진다. 의무교육에서는 공통으로 배우는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 습득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국가에 있다.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발전할 수 있으려면 모든 학생들이 사회생활에 필요한 공통적이고 기본적인 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필수적인 지식인 기초·기본학력을 보장해 주는 책임을 우리의 초·중등학교가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에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과서를 읽어도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의 학년에서 배워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그들을 평가하고 확인하여 책임지고 보충해 주어야 하는 의무를 포기해 버리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력 저하의 상황에서 대학의 교육방법들이 기초와 기본학력을 확립해야 할 단계인 초·중·고교에 무비판적으로 도입되어 그 적용 과정과 효과에 의문이 든다. 스스로 배우면서 실제 생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21세기 사회에 대비하여 학교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교사가 가르치지 말고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토의와 토론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질문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교육혁명이 시·도교육청의 멋진 슬로건으로 등장하는 사례를 많이 본다. 배우는 내용이나 방법에 의문이 있을 경우 서로 질문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21세기 새로운 학습방법이라고 권장하고 있다.

어린 초등학생들이지만 대학생들처럼 수준 높은 토론을 하면서 배워야 할 지식을 제대로 배울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교육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서 기초학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기본학력 부진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면 교육방법의 타당성에 대해서 그리고 교육 책임의 완수 여부에 대해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발표된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연구(PISA)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 미달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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