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 잘하고 근무태도가 좋은 직원은 잘못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자는 권오봉 여수시장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얼핏 보기에는 소신으로 일하는 공직사회를 조성하자는 말로 들릴 수 있으나 이는 분명 구태의연한 생각이며 상급자에게 불필요한 충성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행태이다.

특히 상급자가 권한을 이용해 하급자들을 업무적으로 괴롭히고 사생활을 방해했다. 심지어 술자리에 동석시키는 등 상습적인 갑질을 일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보다는 치부를 감추고 발설을 막으려는데 급급했다. 징계까지 개입한 권오봉 시장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니 단체장으로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년을 공부해서 평생직장이라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실망하고 괴로웠으면 신규 직원이 사표를 냈을지 권 시장은 신규 직원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려야 마땅했다.

오죽하면 의회까지 나서겠는가. 갑질 공무원에 대한 여수시의 대응을 질타하고 인권침해 대응 매뉴얼 작성과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며 조직 자체의 인권의식에 심각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수시 공무원들은 공복이기에 28만 여수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모범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조직의 발전을 위해 원칙이 확립된 엄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하급자에 대한 볼썽사나운 갑질을 시장이 직접 나서 무마하려는 정황이 있다거나 시청 간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특정 언론사와 접촉한 공무원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권오봉 시장의 언행은 사라져야 할 구태이자 퇴행성 행정의 전형이다.

더욱이 주무부서는 징계 의견을 올렸으나 시장이 '도서관 개관 당시 고생한 직원을 징계하면 되겠느냐'며 막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언론 보도나 징계까지 시장이 직접 나서 일희일비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못한 처신이다. 직원들의 억울한 사정을 여수시 공무원노조가 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감사원에도 알렸다. 권 시장도 해당부서의 감사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다고 한다. 28만 여수시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