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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양탕-뚝배기 한 그릇에 가득 담긴 봄기운
조상 대대로 기력 돋운 최고 보양식

2020. 04.02. 16:38:04

수제 쌈장을 곁들인 부추와 수육.

[전남매일=동부취재본부] 우성진 기자=보성사람은 선이 굵다.

하여 예로부터 ‘의’에 살고 ‘의’에 죽었다.

기운이 셌다. 심장이 튼튼했다.

‘맛’도 그러했다. 입맛은 까다롭지 않았으나 분명했다.

바다를 가까이 했으되 산짐승도 곧잘 찾았다. 몸에 이로운 것을 늘 염두에 뒀다. 보성양탕이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그 이전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는 3대 독자를 데리고 읍내로 나갔다.

아버지는 뿌듯했다. 아들은 콧노래를 불렀다. 깨금발을 쳤다. 속이 든든하니 그럴 만 했다.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그 보성양탕이 지금에 이르렀다.



남도에서 부르는 양탕은 염소탕이다. 보성양탕은 암컷 흑염소만을 고집한다. 인근 장흥 목장에서 키운 것들이다.

밥상에 오른 탕의 빛깔은 살짝 윤기를 드러내면서도 지나침이 없다. 차분했다. 뚝배기에 담겼다. 까만색이 온전하다. 색감마저 건강했다.

뭐라 할 것도 없이 국물에 먼저 손이 갔다. 인지상정.

휘이~ 한 번 저은 뒤 입으로 가져가자 은은한 향이 코로 스몄고 이내 입 안은 진한 봄의 맛으로 가득 찼다.

한약재 따위를 전혀 쓰지 않아 톡 쏘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깔끔했다. 따뜻한 기운이 이내 번졌다.

결대로 제 살을 드러낸 암컷 흑염소 살코기는 질기지 않았다. 순응하듯 젓가락이 가는 대로 맛을 드러냈다. 부드러웠다.

흑염소를 돼지나 소랑 비교해보면 영양학적으로 이들보다 지방은 적고 단백질 함량은 더 높다. 보편화된 일상생활을 통해 지방섭취량이 많아진 현대인들에게 잘 맞다. 특히 위장이 약하거나 손발이 차서 애를 먹는 이들에게도 흑염소의 뜨거운 성질은 도움이 된다고 많은 연구 자료는 밝히고 있다.

보성양탕의 또 하나의 축은 토란대다.

토란대는 작년 가을 시골에서 몽땅 사왔다. 말린 것을 가지고 온다. 요즘은 값이 꽤 올랐지만 개의치 않는다.

토란대는 일단 물에 충분히 담가 뒀다가 꺼내 육수가 팔팔 끓을 때 넣는다. 화력 좋은 연탄불에 계속 끓인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약초중 하나가 토란대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토란대가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두통과 눈의 피로까지 줄여준다니 믿고 먹어볼 만하다.

토란대는 다른 채소에 비해서 특히 칼슘이 많이 포함돼 있다. 칼슘이 많기로 이름난 샐러리가 기준 대비 34mg인데 비해 토란대는 무려 1,200mg이다.

토란대와 함께 봄철이면 양탕에다 머윗대를 넣기도 하고 고사리가 풍년이면 그 또한 뚝배기 안에서 서로 신선한 맛을 겨룬다.

숭덩 숭덩 썰린 대파도 향의 기운을 보태며 맛의 조화를 이뤄낸다.

보성양탕 맛을 뒷받침 하는 육수는 흑염소를 우려내 만든다.

맹물에 흑염소를 넣고 4~5시간 푹 삶는다. 그래야 오히려 말끔하다. 살코기는 건져내 소쿠리에 바쳐 하루 정도 물을 빼내고 뼈는 다시 육수에 넣어 곤다. 그래야 맛이 깊어진다.

상에 오른 김치와 깍두기, 갓김치는 소박하다. 준비해뒀던 여수산 멸치젓과 갈치젓, 새우젓을 오로지 주인장의 손저울로 배합해 담근다. 짭조름한 맛이라기보다 오히려 약간 시큰 달콤함이 배어 있다. 입맛에 그만이다. 서울이나 광주손님들도 이 맛에 반해 들르고 때론 택배를 찾는다.

보성양탕을 담아내는 뚝배기는 40년이 넘었다. 60년 가까이 보성양탕을 정성스레 내오고 있는 장금덕 여사는 함께 하는 아낙에게 ‘다 깨 묵어도 뚝배기는 깨 묵지 말거라. 시방은 저 귀한 것을 살 수 없응께~’. 수 백 개를 샀고 이제는 서른 개 남짓 남아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고.

보성양탕 한 그릇이 편하게 먹는 건강식이라면 가족과 지인, 벗들과 발걸음을 했으면 수육도 좋다. 암컷 흑염소 수육은 기름기가 없고 부드럽다. 껍질은 씹을 때마다 경쾌함이 묻어난다.

흑염소 육수에 데친 부추로 싸 먹는 수육은 때 맞춰 봄 철 입 맛 돋게 하는 데 더할 나위 없다. 부추는 비타민A의 함량이 높고 비타민B2와 비타민C, 카로틴, 칼슘, 철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부추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을 정도라니 이런 선택도 권할만하다.

아직은 찬바람이 제 성질을 부리고 있다. 보성양탕으로 단번에 이를 뛰어 넘어봄직 하면 어떨는지.







흑염소 수육.
보성양탕.
흑염소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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