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한 살의 불교조각가 세키 간데이가 쓴 책 <불량노인이 되자>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여기서의 불량이란 틀에 박힌 생각으로 우리 스스로가 노인의 모습을 그리며 살지 말자, 삶의 생기를 다시 찾자 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 동료들을 봤을 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이가 사십 대 후반쯤 오십대 초반 무렵쯤 되면 "내가 늙어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스스로 늙어간다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이제 늙어서 직장이든 인간관계에서 새롭게 무언가를 하는 것이 머뭇거려진다고 한다. 몸에서 느끼게 되는 늙음의 신호랄까? 시력과 근육량 등 체력의 감퇴, 기억력의 감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나이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기분, 마음가짐의 상태가 아닐까?

급속하게 고령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지금은 '100세 시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라고 한다.'100세 시대'란 모두가 100세까지 사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만 한다면 우리 중 상당수는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나 시스템,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인생 80세 시대'에 머물고 있다. 교육이나 취업, 정년제도 등의 인생 플랜이 20대까지 습득한 지식으로 50대까지 일하고, 60대에 이르면 할 일이 없는 삶을 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2060년에는 남자 86.66세, 여자 90.3세로 연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0세 시대 도래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대한 보고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책의 저자는 불량 노인이 되기 위해 첫째 사랑을 하자. 둘째. 꽃무늬 옷을 입지 말자. 단색이되 아주 예쁜 색상으로 생동감을 주자. 열 가지 모두를 다 열거할 순 없고 마지막으로 전차나 버스 안에서 가끔은 자리를 양보하는 센스를 발휘하자라고 제안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9년에 조사하여 발표한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국민들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과 관람 횟수가 꾸준하게 증가해 문화 향유가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주로 하는 여가활동으로는 여전히 '텔레비전 시청'이 7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럴 때 지금껏 제대로 하지 못했던 문화적 예술 활동에 마음을 쏟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미 활동을 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도 실제로는 직접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 일 중심적인 생활을 해온 세대들은 문화적 여가, 예술활동에 대한 인식이나 참여 경험이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다.

노년의 시기에 접어들면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한다. 신체 능력의 급격한 저하, 주변과의 관계의 변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가 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걸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일상에 예술을 더해보면 어떨까? 예술은 나란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새롭게 상상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작거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예술적 행위는 예기치 못한 기쁨의 정신세계로 데려간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회복된다. 노년기에 만나는 문화예술은 그래서 '나란 존재의 예술'이라 일컫는다. 이와 함께 문화 예술적 활동은 몰입감을 선물한다. 몰입을 통해 직접 무언가의 결과물을 거듭 만들어 내는 과정. 즉, 몰입하는 세계가 있으면 무엇보다 외롭지 않다.

이번주부터 다시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 거리두기 기간이 다시 2주간 더 연장되었다.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들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보면 어떨까. 우리의 일상과 분리되었던 예술을 좀 더 친밀하게 끌어당겨주는 장치이자 '예술로 위로'받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