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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시민으로 무엇을 반성해야 할까?
대유민 전남청소년문화센터장

2020. 04.08. 18:11:17

n번방 사례를 다뤄주세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알려주세요! 최근 전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n번방 관련 강의 의뢰 내용이다. 사례는 많아 강의에 도움은 되겠으나 마음 한편은 왠지 씁쓸하고 답답하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에 세워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인은 말미에 "타인의 수치심을 가벼이 여기는 자에게 인권이란 단어는 사치"라며 "이런 나라에서 딸자식을 키우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였다. 이 청원은 4월 17일 청원 마감일로 숫자에서도 말해 주듯이 이미 270만명 이상 청원을 하였고 청원 내용 중 역대 최다 동의를 받아냈다. 아동 · 여성 성착취의 온상, 텔레그램 n번방이 세상에 드러난 뒤 그만큼 n번방과 관련하여 성착취물이나 사람을 유희의 도구로 보는 인권유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며 성범죄자들을 신상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우길 바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들, 범죄자 신상을 공개한들, 포토라인에 세운들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질까?

일명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이 잡힌 후에도 불법유통되던 성착취물을 되파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성착취물 공유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어 일망타진하겠다는 경찰의 단속을 무색게 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아동·여성 성착취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쪽지를 주고받다 랜덤채팅앱들이 모이고 모여 수많은 앱과 방들이 만들어지면서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합성, 이른바 지인 능욕 방이 생겨 편집·유포되었고 처벌이 미약한 탓에 재범이 이뤄지면서 그 대상이 일반인들에게 까지 확대되었다.

소라넷과 다크웹을 잡았더니 텔레그램에서 수많은 방들이 만들어지고, 신고를 당해 방이 폭파돼도 새로운 방의 링크를 홍보하는 대피소를 만들어 둔다. 그 방들을 잡았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고 다시 무수한 방들이 만들어져 아동·여성들을 성적 도구로 취급하는 성착취물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어 심각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심히 걱정된다.

2월 기준 텔레그램 n번방 접근이 가능했을 남성 생산가능인구(15~64세) 1904만 8121명 대비 26만 명을 계산해보면 남성 73명 중 1명은 n번방에 가담했다는 수치가 나온다는데 얼마 전 아버지가 소고기를 사 와 딸에게 "소고기를 먹자"고 하니 딸이 "역겨우니 말 걸지 말라"고 한 기사가 떠올랐다.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듯 건전하게 가족, 사회를 위해 살아가는 남성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기에 난 상관없어"라는 말은 성별을 떠나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우리 모두의 책임이므로 모두 공범이다. 범죄자가 아닌데 싸잡아서 말한다고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가 피해를 말하지 못하도록 만든 사회분위기 또한 범죄의 재생산을 양산해 낸 것이다.

성폭력은 일반 폭력에 비해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거나 적기 때문에 피해자의 상처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가볍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정신적 피해나 트라우마는 훨씬 크다.

긍정적인 면에서, 어쩌면 지금이 디지털성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n번방 사건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인권의 문제이며 오래도록 유지되어온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강간 문화와 젠더 권력에서 비롯되었다. 피해자가 내 가족이었다면 어땠을까 피해자는 고통을 이겨내고 살 수는 있을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관점이 중요하고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왜곡된 남성문화를 깨는 인식 대 전환이 필요하며 내 일이 아니라고 방조하거나 묵인하기보다 함께 책임지고 깊이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성착취물 '소지'에 관한 개념도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의 의미에서 성착취물 특성상 가지고 다니기보다는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방에 들어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소지'로 보고 외국처럼 강력한 법적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시대의 변화를 수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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