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천저수지에 시화전이 장관이다. 이름하여 '서호 시화전'. 무려 500여점의 시화작품들이 개화된 벚꽃과 어울려 펼쳐지니 규모로는 기록 경신할 만큼 많은 작품이 볼거리가 됐다. 가히 시화전 대운동회라 할만하다. 60여일에 전시되는 서호시화전은 벚꽃과 시작하여 연꽃까지 이어지면서 광주 문화의 거대 잔치 마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의 중심지에 위치한 서구는 여러 면에서 광주의 중심 지역이다. 전국에서 살고 싶은 곳 10곳에도 줄곧 오른 광주 서구는 도심에 세 개의 호수를 보유한 아름다운 고을이다. 과거 농업용수였던 이들 저수지가 둑길과 주변 경관을 정비하여 호수로 변신했고 광주사람과 광주를 찾는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호수만으로도 도심에서 누리는 대자연의 정취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자연은 그대로도 아름답지만 다듬어서 주민들의 파라다이스가 되는 것을 이들 호수에서 보게 된다.

그중에도 운천저수지는 한결 경치가 탁월하다. 용립한 빌딩 사이에 자리 잡은 호수는 그래서 그런지 미적 경관의 감탄스러움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시대는 변했고 도시화와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농경시대에 불리던 '저수지'란 이름을 지역사랑에 자별한 인사들이 문화운동의 차원에서 '서호'라는 이름으로 가꾸며 오늘이 되었다.

운천저수지를 '서호'라 명명한 연유와 경과를 밝혀야겠다. 2010년 겨울이던가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중앙회 회장과 김종 교수, 필자 등 3인이서 잔설이 깔린 운천저수지를 거닐다가 이 호수를 '서호西湖'라 명명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나눴고 이후 민간차원에서 필자를 대표로 한 서호 명명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여러 문화인과 표지석을 세우고 학술대회를 열고 서호문화제라 이름한 대여섯 차례의 주변 행사를 거쳐 호수를 명품 경치로 가꾸는 시화전을 펼치면서 여기에 이르렀다. 아래의 시는 운천저수지의 서호운등에 동참한 김종 시인의 '-주름주름 사랑사랑 서호에 노닐면서'의 일부이다.

누구는 풀섶에 숨는 붕어가 되고 / 누구는 폭포 오르는 잉어 되는 세상 / 운천호 예쁜 볼에 이름 하나 올리노라 / 하늘에 용 오르라고 이름 하나 올리노라 / 중국 항주 덮어 누를 이름 하나 올리노라 / 애첩 같은 명패 하나 西湖를 올리노라

'서호'는 서쪽에 있는 호수의 이름이다. 운천저수지가 서호인 것은 광주의 서구에 위치한 때문이고 계속 가꾸어 가면 광주의 맑은 눈동자 같은 대단한 볼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운천저수지의 서호운동은 나름의 큰 가치를 지닌다는 판단이고 이 운동을 이끌어내고 달려온 입장에서 남다른 보람을 느끼곤 한다.

중국통인 강원구 회장은 많은 중국인은 '서호'라는 이름만으로 큰 사랑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 관계로 절강성 항주를 비롯하여 중국내에 위치한 26곳의 서호에다 우리에게도 2곳에 서호가 있고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도 서호로 불리는 지명이 많다고 한다. 우리 광주에서도 서호를 묻는 중국의 관광객에게 운천저수지를 서호로 소개하면 반색하며 그리 좋아할 수가 없다고 한다. 운천저수지를 서호로 명명한 이후 곧잘 산책을 즐기는 필자는 도심의 낭만을 담보하여 형언할 수 없는 시적인 정취에 취하곤 한다.

서호시화전은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다. 특히 금년은 광주문협이 주관하여 더더욱 그 격과 범위를 확대하였다. 코로나19로 지구촌이 환란인 상황에서 자유롭게 감상하기는 어렵겠지만 평상의 상황이 오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것을 확신한다. 무엇하나 장담하기 어렵지만 서호시화전에 출품한 500여점의 시화들은 척박한 땅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저마다 경이로움을 뽐내고 있다. 기적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일상이라는 말이 있다. 서호의 목교木橋도 열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 서호와 시화전은 더없는 환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중국 항주의 서호가 백낙천, 소동파, 임포 등의 시인으로 많은 방문객을 맞고 있듯, 광주의 서호 또한 여러 형태의 조형물을 세우고 행정과 민간들이 컨셉을 담아 연출한다면 새로운 문화가 조성될 것이고 많은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서호에는 능수버들 휘늘어진 팔각정도 있고, 손잡고 걸을 수 있는 목교도 있다. 환상 중에 팔색조 같은 조명을 품고 분수가 피어난다. 서호를 찾는 발길들이 장마 뒤의 봇물처럼 불어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