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특집
교육
경제특집
웰빙라이프

무침에 삼합, 튀김에 찜, 애국까지 '알싸한'한상
■ 남도밥상-나주 영산포 홍어정식
일제강점기 수탈아픔과 애환 달래준 대표 별미
숙성도 따라 맛·향·식감 좌우…오랜 정상이 비법
한 입 베어물면 가슴 속까지 뚫는 청량감에 깜짝

2020. 04.16. 18:46:35

‘천년 목사골’ 나주는 풍요로움 그 자체다. 나주평야를 중심으로 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 전남 대표 곡창지대다. 과수·원예농업도 활발하다. 그중 영산포는 나주의 풍요와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이자 나주 학생운동의 발원지로 목사골의 흥망성쇠를 함께해 왔다. 그리고 삭힌 홍어는 그 아픔과 애환의 시간을 달래준 영산포의 대표 음식으로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숙성 속 별미

고려 말 흑산도 일대 섬에는 왜구 침입이 잦았다. 주민들은 강을 따라 뭍으로 이주했고 그곳이 영산포였다. 일각에서는 흑산도 주변 영산도에서 피신 온 주민이 많아 영산포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이주 후에도 선조들은 배를 타고 흑산도로 나가 어로 활동을 했다. 돌아오는데만 보름이 걸려 잡은 생선을 버려야 했는데 홍어만큼은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 뱃사람들의 별미음식이 됐다. 조선 후기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도 ‘나주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라는 기록도 이를 반증한다.



◇일제 수탈 속 발전한 상권

무려 6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영산포 홍어의 거리는 과거 상권의 중심지이자,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공간이다. 그 흔적은 아직도 영산포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영산포는 나주평야와 가깝고 목포 바닷길로 향하는 수로를 끼고 있는 교통 요충지였다. 구한말, 목포항 개항과 함께 일제는 영산포구에서 수탈을 본격화했다. 포구 주변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 등 금융기관, 관공서, 일본인 지주가옥이 들어섰다. 사람이 붐벼 상권이 발달하면서 5일장도 들어섰고 주점과 식당도 생겼다. 그렇게 발달한 상권의 영향력은 197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영산호 하구둑 준공으로 1977년 물길이 막히면서 수운 기능은 상실했지만 여전히 호남선과 국도 등을 끼고 있는 교통의 요지다.



◇숙성도에 따라 다른 맛

현재 영산포구 주변으로는 영산포 홍어, 홍어 1번지 등 30여곳의 홍어 전문점이 600년 전통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가게마다 홍어 숙성 비법은 다르다. 온도와 기간 그리고 저장 방식에 따라 맛과 향, 식감이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오랜 정성과 기술이 필요하다. 통상 기본적으로 5~10도에서 15~20일 삭힌다. 과거에는 흑산도 홍어만을 소화했지만, 50~100만원에 달하는 고가로 귀한 음식이 됐다. 이제는 영산포에서 유통되는 과반이 칠레 등 외국산 홍어지만, 대중들은 그만큼 부담 없이 맛볼 수 있게 됐다.



◇6단계의 반전 매력

홍어를 처음 접하면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거부감이 생겨 쉽게 먹지 못한다. 하지만, 냄새에 속지 마시라. 홍어 특유의 알싸한 청량감을 맛보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처음 입에 넣었을 때 쫄깃한 식감은 매운 얼얼함으로 다가온다. 이 매운 맛은 고추의 매운맛과 다르다. 끝 무렵 청량감이 가슴 속까지 뚫는다.

삭힌홍어를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메뉴가 홍어정식이다. 홍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을 한 상에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침, 삼합, 튀김, 전, 찜, 그리고 애국 순으로 나온다. 메뉴가 나오는 순서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뒤로 갈수록 홍어의 특유의 알싸한 향의 농도가 짙어진다는 점이다. 암모니아는 열을 가할수록 짙어지는 특성이 있다. 반대로 차갑게 먹으면 향이 줄어든다. 초보자라면 뜨거운 전과 튀김은 식혀서 먹는 것이 좋다. 바삭하고 노릇한 식감을 기대하고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암모니아 향에 놀라 까무러칠 수 있다. 튀김과 전이 식는 동안 무침을 먼저 먹어보자. 삼합을 맛볼 땐 함께 나온 김에 초장을 묻힌 홍어와 곁들여 먹으면, 거부감이 덜하다.

날개살에 매콤한 양념을 올린 찜도 별미다. 매콤한 양념과 홍어찜 살코기는 입안에 넣자마자 스르르 녹아 사라진다. 서비스로 내어주는 홍어애(간)는 별미 중 별미다. 보리새싹과 제철 채소를 넣고 끓인 홍어애국은 청국장 못지 않은 고소함으로 속을 달래 준다.


염규동 기자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