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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 줌(5) 젊은 거장, 윌슨 응을 만나다
“특별한 경험…광주에서 공연 진행 영광”
지난해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
광주시향 5·18 40주년 기념음악회 지휘
“지금 하고 있는 음악·연습·일 사랑해야”

2020. 05.21. 09:29:30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광주시향 제351회 정기연주회 ‘광주여 영원히’에서 지휘를 맡은 윌슨 응 서울시향 부지휘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음악회를 함께한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윌슨 응을 만났다. 윌슨이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고민한 내용과 광주에서만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 볼 수 있었다.

최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의 신년 음악회에서 스크랴빈의 대작인 ‘법열의 시’를 지휘하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紙로부터 ‘정확한 황홀경’ 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은 윌슨 응은 2018년 제4회 파리 스베틀라노프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 2017년 프랑크푸르트 제8회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쿠르 수상, 2016년 아스펜 음악제에서 제임스 콜론 지휘자 상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9 교향악축제 무대를 선보이며 예술의전당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만 명 이상의 서울시민 관객에게 강변음악회, 제100회 전국체전 기념특별공연 등의 다양한 야외공연을 통해 지휘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3.1운동 100주년 기념음악회, 우리동네 음악회, 서울시향 음악이야기 등 여러 공연을 통해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 서울시 자치구 내를 종횡무진하며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윌슨 응 지휘자가 광주시향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음악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윌슨 응
-광주시립교향악단과 첫 호흡을 맞추는 소감은 어떤가?

▲광주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과 연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15살쯤 홍콩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웠다. 광주에서 어떻게 민주화 운동이 발생했는지 궁금했다. 이런 점에서 이 공연은 굉장히 의미있는 공연이고, 다른 곳이 아닌 광주에서 광주시향과 공연을 진행하게 되어 영광스럽다.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음악회 프로그램의 특징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번 작품을 선곡하게 된 배경은.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C.P.E. 바흐의 플륫 협주곡,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은 모두 광주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의미있는 작품이다.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는 한글 제목이다. 윤이상은 영어 제목으로 굳이 ‘Gwangju, Forever’를 사용하지 않았다. 윤이상은 ‘Exemplum’ In Memoriam Gwangju 라는 제목에서 의미하듯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인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이 작품은 민주화 운동의 ‘표본’이 되고 광주가 민주화운동의 ‘예’가 될 만한 작품이다. 이곡을 작곡할 당시 윤이상은 이곡이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되고 미래에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다.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은 인간의 다양한 고통과 투쟁, 죽음을 통한 진정한 해방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음악화한 작품이다. C.P.E. 바흐는 자유와 혁명을 대표할 만한 작곡가로 계몽주의시대(Enlightenment) 사조의 영향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또한 자유를 노래하고 있는 신비로운 작품이다. 시벨리우스는 1918년 이 작품을 구상하던 때 ‘인생의 기쁨과 열정을 수반한 활력’을 수반한다고 했다. 기존의 교향곡들과는 다르게 1924년 ‘교향적 환상곡(symphonic fantasy)’으로 초연됐다가 1925년 단악장 구성의 교향곡으로 완성됐다. 흥미로운 것은 시벨리우스가 교향곡 7번을 완성한 후 32년을 더 생존했지만, 이 교향곡을 끝으로 더 이상 교향곡을 완성하지 않았다.

-서울시향 부지휘자로서 역할과 생활이 궁금하다.

▲서울시향은 associate conductor(보조지휘자)와 assistant conductor(부지휘자, 준지휘자)를 모두 부지휘자로 부르고 있다. 나는 associate conductor로 서울시향의 전체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준비해서 모든 연습을 참관한다. 만약에 예정된 지휘자가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경우나, 현재와 같이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계획된 모든 공연이 취소될 경우를 대비하기도 하고, 간혹 예술감독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지휘를 못하게 될 경우 예술감독을 대신해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assistant conductor는 오직 help(돕다)의 개념으로 연습지휘만 진행하지만 나는 독립적으로 공연을 기획해 특별공연과 외부에서 하는 기타 공연들을 지휘한다. 한마디로 associate conductor는 좀 더 상임 지휘자의 역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연습이 없는 시간은 보통 무엇을 하며 즐기나.

▲사실 여유로운 시간이 많지 않다. 광주시향과 첫 연습날도 전날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보통 연습이 없는 시간은 다음날 연습을 위해 악보를 보면서 공부하고, 이후 시간이 있을 때는 건강을 위해서 수영과 체육관을 찾아서 운동을 한다. 또 남는 시간을 활용해 한국어와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다. 불어, 이태리어,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음악가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독일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오페라를 지휘하고 싶다.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덕목은?

▲사랑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다. 만약에 우리 삶에서 사랑이 없다면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 많은 음악가들은 고통을 지니고 살고 있다. 언제가 리허설이지? 왜 그럴까? 보통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음악, 연습, 그리고 일을 사랑하길 바란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작곡가, 지휘자는?

▲나는 늘 현재 연주하고 있는 작품을 가장 사랑한다. 만약 브람스를 연주하는데 브람스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음악이 어떨까?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광주시향과 함께 연주하는 네 작품이다.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 C.P.E. 바흐의 ‘플루트 협주곡’이다.

좋아하는 지휘자는 많이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지휘자를 꼽으라면 정명훈과 카를로스 클라이버(Karl Kleiber),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휘자로는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꼽는다. 그는 지휘자로서 남다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연습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음악가들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지휘자를 대통령이나 기업의 CEO와 비유하기도 한다. 아바도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의 탁월한 음악적 역량 뿐만 아니라 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 음악을 시작했고,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 늦은 11살에 시작했다. 부모님 모두 음악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계셔서 그들이 제가 음악가가 되리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일은 11살 전에 보이스카우트를 하며 매주 주말이면 야외에서 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그것이 직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플루트를 배우면서 음악 감상에 집중하고, 악기 연습에만 몰두했다. 결국 무엇에 몰두하고 파고드는 것도 사랑과 결부된다.

-플루티스트에서 지휘자로 전향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첫 번째는 플루트가 가지고 있는 악기의 ‘표현’과 ‘소리’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에서 플루트가 표현하는 소리는 ‘새’ 소리를 만들거나 하늘을 나는 느낌을 다소 단조롭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연결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연주자로서 함께 음악을 만드는 다른 동료들의 연주가 간혹 나와 생각이 맞지 않을 때 어려움을 느꼈다. 즉, 나와 생각이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를 내가 설득하고,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휘자가 되면 교향악단의 음악가들을 내가 고민하는 소리로 만들 수 있고,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휘자로 전향하게 됐다.

- 5·18 특별공연 이후의 다른 계획이 있나.

▲KBS 방송국의 촬영으로 5월 28일 KBS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과 서울시민을 위한 야외 음악회와 경기필하모닉과도 공연을 계획 중이다.

광주시향과의 공연은 지난 15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녹화한 공연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18일부터 27일지 상영한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한 광주시향의 이번 공연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지휘자와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사랑’이 있어서 일 것이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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