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재윤 전남소방본부장 “소방력 발전하면 국가 안전지수 높아져”

광주·전북본부 역임 후 발령난 첫 호남 전문가

실제같은 사전훈련으로 선제적 대응 기틀

지난 2020년 4월 1일,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 2516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1973년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돼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지 약 47년 만이다. 관할에 얽매여 초기 출동이 늦어지던 문제점이 사라져 재난 대응은 더 효율적이자 신속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또 중앙정부에서 인력, 시설, 장비 등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광역 시·도의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역량의 차이가 발생하던 점 또한 균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재윤 전남본부장을 통해 국가직 전환 소감 및 전남도 소방의 역점을 들어본다

소방진화작업을 위해 작전회의중인 소방관들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의 숙원이었던 국가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소감은.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실현되었다. 지금까지도 기쁜 마음이다. 감사드린다. 헌신과 희생에 대한 보답이기에 순직한 후배나 선임 생각부터 하는 소방공무원들이 많다. 국가직화는 이제야 첫발을 내딛어 갈길이 멀다. 모든 부서가 그렇겠지만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국가직에 맞게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거나 적절히 배분해 운영의 효율성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사료된다. 국가직 전환으로 인원이 늘어나고 소방서가 증설되면 안전지수가 높아진다. 관할에 얽매여 초기 출동이 늦어지던 점이 해결되어 재난 초기 대응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더 촘촘한 안전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

▲국가직 전환 외 소방 발전 방안이 있다면.
초기에 월등한 소방력을 투입하면 피해를 줄여 대형재난과 인명피해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지역간 소방력 차이를 줄여 모든 국민이 균등한 소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소방직공무원의 경우 국민 안전과 바로 직결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타 특수직에 비해 기타 업무를 겸하는 일이 많다. 근무 시 비효율성 문제가 야기돼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차차 논의해나갈 부분이라 생각한다.

▲부임 후 가장 먼저 주목했던 부분은
근무의욕을 제고하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 연차에 따라 승진하는 것보다 본인의 업무에 충실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게 해 승진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부임 후 △소방 정신과 소방공무원 직업윤리 사무실 게첨하였으며 △제복 착용을 의무화해 소방공무원으로서 솔선수범하게 끔 하였다. 또 △인센티브 확대 △승진기회 확대 △특별승진 30명 확대 등으로 처우개선 및 사기진작을 도모하였다. 근속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곳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다.


▲도민 안전을 위해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화재예방 정책을 집중 강화하고 있다. 금년에 조직개편을 통해 소방본부와 소방서에 전담 소방검사팀을 신설하여 민간업자에게 맡겼던 소방검사대장 323개소를 직접 검사하도록 했다. 각 소방서와 센터에 화재훈련과 건물주 소방검사를 카운슬링해 건물주의 부담을 줄였다. 앞으로 연 1회 이상 소방점검과 화재안전컨설팅을 실시한다. 전통시장의 화재 예방을 위해 도내 전통시장 116개소 중 총 40개소에 보이는 소화기 608대를 보급하고,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연계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보강할 수 있도록 관계자와 협의 중이다. 또 고령인구가 많은 전남의 특성상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자력대피가 신속하지 못하다. 지난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를 반면교사 삼아 요양원, 요양병원 등 피난 약자 시설의 어르신들의 신속한 대피 및 화재 대응을 위해 시·군청 및 시설 관계자들의 협조를 받아 피난 미끄럼대 설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은 소방서가 없는 시군이 6곳이다. 소방력이 열악한 실정인데.
현재 소방인력 부족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화재 발생 건수나 인구수 대비 구급출동 비율, 화재 발생 비율 또한 높다. 정부 공약 중 하나가 2022년까지 총 2만명 증원 계획인데, 지난 4월 1일자로 국가직 전환이 되면서 소방안전교부세 3460억 원이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넘겨졌다. 소방 인력의 충원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2만명이 새로 채용되는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로 사용된다. 전남도는 내년에 534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2026년에는 약 5천명이 넘는 인력이 근무하게 돼 도민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다.



▲본부장인 지금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국민안전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 늘 긴장감을 놓지않고 있다.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본부장으로서 개개인에 대한 책임감이 예년보다 묵직해졌다. 과거의 경우 화재진압작전을 펼칠 때 해당 건물주나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체적인 매뉴얼을 생각해 빠른 진압으로 직원들을 철수 시킨 뒤 단 몇초라도 센터에서 정비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했다. 지금은 작은 상처라도 나서 다치면 작전 실패다. 더욱 만전을 기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소방공무원으로 근무 시 보람있었던 일 중 하나를 꼽는다면 2009년도 광산소방서에서 서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부임하자마자 예산으로 사다리차를 정비하는데 사용했다. 광주에는 사다리차를 정비하는 곳이 없어 경기도 화성까지 가서 수리와 정비를 해야했지만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후 사전훈련 때마다 매번 사다리차 전개를 실시했다. 서에서 잘 가동되더라도 현장에서 전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만반의 준비가 빛을 발한 것은 2010년 P모텔 화재 때였다. 5층 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다리차를 전개해 바로 부상자들을 구할 수 있었다. 지하건물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 화재는 연통 효과 때문에 삽시간에 연기가 퍼져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 훈련을 철저히 해 놓았기 때문에 최단시간 내에 구조 작업을 펼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일
전북소방본부 본부장을 지내며 있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난 2018년 故 강연희 소방경은 취객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해 뇌동맥 출혈로 쓰러진 뒤 사망에 이르렀다. 이는 분명 구급 과정에서 이루어진 위험직무순직이 맞다. 그러나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규정하는 위험직무순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동료들이 1인 피켓 시위를 펼치며 긴 싸움을 시작했다. 사망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 유족들과 함께 유관기관의 자문을 받고 인사혁신처에 가서 해당 내용을 다시 재심을 이끌어낼 사람이 필요했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당연히 본부장인 내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복을 입고 국가의 부름에 답한 공무원이지만, 응당 옳은 일이었다. 실무자들부터 만나 차근차근 재판과정을 준비했다. 이에 지난해 6월 순직을 인정받고 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업무특성상 위험에 노출 돼 있음에도 사후 처우가 순탄치 않은 일이 잦은 걸로 알고 있다.
지난 2011년 광산소방서장으로 근무할 당시 故 이석훈 소방장이 고가사다리차에서 12층에 매달린 고드름을 제거하다 철제바스켓과 함께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순직을 인정 받으려면 화제나 구조 현장 등에서 사망해야 순직 처리가 됐다. 하지만 겨울철 고드름 제거 등은 선제적 구조활동이기에 순직으로 인정받아야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순탄치 않았지만, 국민을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억울함이 없어야한다는 생각에 동료들과 힘을 모아 보상문제 처리, 대전 현충원 안장 등 모든 행정력을 지원했다.

▲‘ 소방직장협의회’가 오는 6월 출범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정책에 관한 고충사항 처리 등 의사소통 문화 정착을 위해 운영됐던 ‘두드림’보다 권익보호와 근무환경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방경 이하가 가입한다. 직장협의회에 가입하면 근무환경과 업무능률, 권익 보호 등을 협의할 수 있다. 노동조합과 달리 노동 3권주에섯 단체행동권 없이 단결권과 교섭권이 주어진다.

▲‘119에디슨’에서 만든 발명품이 현장에도 보급되는데, 꾸준한 관심과 지원은 있는지
평소 소방공무원들이 화재나 구조, 구급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소방장비를 사용할 시 느꼈던 애로사항들을 개선하거나 신규 아이템을 발굴하는 동호회다. 다양한 소방장비에 대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1200여만원의 예산을 소요하여 소방호스건조대, 소방차에 적재한 기동형서브소방장치 등을 만들었다. 지난 2018년에는 제1회 국민안전발명첼지 단체상을 수상하며 큰 성과를 보였다. 앞으로도 재능있는 직원들의 발명을 많이 지원할 예정이다.

마재윤 전남소방본부장

▲소방전문병원이 있어야한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지난해 전남도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화재, 재난신고 등은 55만 여건으로, 하루 평균 출동 건수는 508회다. 업무 특성상 화상과 외상, 호흡기 및 근골격계질환,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도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있다. 국민안전처에 자료를 살펴봐도 소방공무원의 PTSD 유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10배나 높다. 불규칙한 교대 근무 등으로 10명 중 7명이 건강 이상 판정을 받고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한 자살자가 순직자보다 많은 실정이다. 현재는 국립경찰병원과 소방전문치료센터를 이용하고 있으나 별도의 독립된 소방 전문병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020년 주요 현안
상반기는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에 박차를 가했다. 대구지역 구급대 지원을 위해 구급대 49대, 구급대원 102명을 지원해 확진환자 440여명을 이송했으며, 119심리지원단을 통해 도민 대상으로 코로나19 스트레스 심리상담을 지원했다. 전남도의용소방대연합회도 지역사회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공적 마스크 판매지원(353개소 514명)에 나섰으며, 공공장소 방역활동(137개소 1436명)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긴급 혈액 수급 해소를 위해 전남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809명이 헌혈 운동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쳤다. 그 외 화재예방컨설팅과 예방활동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전남 소방공무원의 모금운동은 전 직원(3203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금 3,4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하반기는 완도, 장흥소방서 개서가 예정 돼 있다. 또 고서, 보성, 장흥, 임회, 나산 등 5개 안전센터와 칠량 지역대를 개서하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현안안은 10월 중 소방본부 장흥 이전이다. 현재 본부는 전남서남부 권역에 위치해 대형 재난 시 소방지휘부의 신속대응이 어려운데, 장흥으로 이전 시 위치상 단점을 해소하고 전남 모든 권역에 1시간 내 대응이 가능해진다.


▲앞으로의 포부와 전라남도소방본부의 방향성에 대해.
광주광역시본부장과 전라북도본부장을 지내고, 전라남도본부장까지 맡게 되었다. 본부장 최초로 호남권역을 전부 돌았다. 전문성 하나는 자신있다. 또 올해 처음 국가직화가 되었다. 소방이 발전하면 국가 안전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을 충원하고 소방장비를 확보해 그간 소방력 기준 미달된 서와 장비, 인원을 신속히 확보하여 도민들에게 최고의 소방서비스를 보여주겠다. 24시간 각종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고 도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 전남소방본부가 안전예방 선두에 설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