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필연은 우연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코로나19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는 '거리두기'가 필수이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스포츠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아야한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한국 스포츠의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체육청 신설'이 필요하다. 기존 문화체육부 조직에서 체육 분야는 제2차관 산하 체육국에서 국가의 모든 체육정책들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에서 증명됐듯이 체육청의 신설은 국민 복지증진이자 건강권 지킴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서의 가능성을 알려줬다. 체육청이 신설되면 스포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여 본연의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체육청 산하의 지역본부를 둘 수 있어 지역 상황에 맞는 실무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소외된 지역스포츠의 부족한 역량강화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둘째, '지방체육회의 자율성 확보'다. 2019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이 금지됐고, 2020년 모든 시·군·구에서 민간체육회장을 선출했다. 70여년의 관주도형 역사에서 민간주도형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방체육회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적 법적 지위 확보'와 '재정자립 기반 조성'이 필수조건이다. 지방체육회는 대한체육회의 지부 지회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각종 사업승인과 예산지원은 지방비에 의존하고 있다. 모순이다. 제20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법적초안을 마련했지만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제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셋째, '지역선수촌 신설'이다. 코로나19는 진천선수촌 같은 중앙중심의 컨트롤 타워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방 정부가 보여준 다양한 주민 밀착형 선제적 대응과 정책적 상상력은 코로나19 방역전선의 요체였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반복될 바이러스에 대비한 지역선수촌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지역특성에 맞는 스포츠지원 시스템이 중단 없이 계속될 수 있다. 선수촌에도 지방분권이 중요한 이유다.

넷째, '지역스포츠과학센터'를 '지역스포츠과학원'으로 확대·개편해야 한다. 지역스포츠과학센터는 지역에 있는 선수들에게 국가대표선수와 같은 스포츠과학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자 2015년 설립되었고, 현재 10개의 지역스포츠과학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번 코로나사태는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평소 면역력이 높은 사람의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 스포츠는 모든 이의 것이고 국민들 곁에서 함께해야 한다. 지역스포츠과학센터를 '지역스포츠과학원'으로 승격시킨다면, 기존 선수중심 지원체계에서 시민중심으로 그 기능이 확대되어 건강증진에 대한 지역밀착형 시스템이 보급될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발표한 미래 먹거리 창출의 핵심인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스포츠 종사자 고용보험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스포츠 종사자들도 가장 취약한 직업군이 될 수 있음을 이번 사태는 알려주었다. 위기 때마다 스포츠 종사자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스포츠 종사자 고용보험법'의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

서로 돕고 나눌 수 있을 때 위기는 기회가 된다. 코로나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듯이, 스포츠도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창의적 시스템'을 준비해야한다. 지금은 문제를 피할 것이 아니라 문제로부터 배워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시간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한 선택의 과정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와 함께 새롭게 구성된 21대 국회가 '코로나 이후' 한국스포츠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노력해주길 바란다. 시대정신에 맞게 행동을 바꾸는 것, 진정한 혁신의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