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노벨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 '말랄라의 마법연필'에서 말랄라는 "바라기만 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요, 누군가 나서서 말해야 했어요, 그래서 내가 했어요!"라고 말한다. 텔레반 치하 당시 14세 평범한 소녀였던 말랄라의 간절한 글들이 파키스탄에서 여학생들이 다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마법이 된 것이다. 2020년 한반도에도 평화를 써내려 갈 '말랄라들'의 마법이 필요하다.

텔레반이 파키스탄 점령지에서 여학생들의 학교교육을 금지하자 말랄라는 영국 BBC방송사 블로그에 그 부당함을 알리는 글을 계속 올리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텔레반의 공격을 받아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여성 아동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말랄라는 2014년 최연소인 17세 나이로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하고 2017년에는 최연소 유엔대사가 되었다.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서 일어난 북한의 일련의 반평화적 행동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를 예측불가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6·15남북공동선언은 분단이후 남북 지도자가 최초로 만난 역사적 사건이었으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자는 공감대를 확인한 획기적인 진전이었다. 그런 의미를 인정받아 고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우리는 6·25전쟁 이후 지속되고 있는 냉전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온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정착이라는 큰 물줄기가 이어져 왔고 누군가 나서야 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나섰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세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 평화의 바다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 평화가 경제이고 평화가 민족의 번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보았듯이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아 남북미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답보상태에 있었고 코로나 19 팬더믹 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힘들어진 북한에게 대북삐라라는 핑계거리가 주어진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가 움직인다는 분열적이고 진영대립적인 시각이 아니라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고자 해왔던 70년의 노력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는 평화적인 관점으로 국가적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분단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평화, 통일은 당위임과 동시에 냉엄한 현실의 문제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한반도에서 수없이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우리민족은 슬기롭게 잘 극복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미중관계가 전략적 갈등상태에 접어들면서 경쟁,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남북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지점이 협소해지고 있다. 이런 국제적 여건 속에서 남북대립이 첨예화되어 진다면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내에서 영향력을 더 크게 행사할 수 있는 단서만 제공 할 뿐이다. 대립이 아닌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이 최선의 통일 방안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평화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북제재와 압박, 관계의 단절 등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갈 수 있는 길은 핵무기 개발 등 무력시위와 대결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이다. 남북의 당국이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유연하고 과감한 자세로 평화를 향해 나침반을 맞추고 나설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마법을 일으키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