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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바라본 자기와의 연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힘”

2020. 07.01. 14:02:56

[심리학으로 바라본 자기와의 연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힘”

글 한은경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짜장이냐 짬뽕이냐 ! 한국인이라면 이러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하물며 점심 메뉴 고르기와 같은 결정도 쉽지 않을진대, 진학, 결혼, 구직 등과 같은 삶의 중요한 결정은 또 얼마나 많은 심사숙고의 과정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러한 선택의 결과마저도 또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나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할 것인지 말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는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리고 그 일들은 매 순간 우리에게 무언가 선택하게끔 한다. 그러한 의사결정의 과정, 선택, 그리고 선택한 결과에 대한 또 다른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없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면서 우리에겐 또 다른 의사결정의 논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마스크를 쓸지 말지에서부터 등교 가능한 상황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낼지 말지, 친구와 직장동료들과의 모임에 참여할지 말지, 등 생활 속 거리두기의 정도에 관한 결정이 그러하며, 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감염관리에서는 사회환경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방역과 안전의 디폴트값으로 삼아야 한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먼 곳에서 찾기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자신의 마음속 디폴트값부터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유소년기 삶을 추억하며 써 내려간 에세이 ‘나의 나무 아래서’에서 이러한 삶의 디폴트값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열병으로 심하게 앓아 주변에서 손쓸 방도를 찾지 못해 손을 놔버린 때, 어머니만이 희망을 잃지 않고 간병하던 어느 날 새벽, 어린 겐자부로는 묻는다. “엄마,?나 죽는 거야?”. 이에 엄마는 “난, 네가 죽지 않을 거로 생각해. 죽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어.”라고 답하지만, “아 아인 죽을 겁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소년은 자신이 죽을 거란 생각에 휩싸이며 “난 죽을 건가봐.”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어머니는 말을 잇는다. “만약 네가 죽더라도 내가 또다시 널 낳아줄 테니까,걱정하지 마.” 하지만 그 아이는 죽는 자신과는 다른 아이일 거라고 되묻는 아들에게 다시 어머니가 말한다.” “아니야, 똑같아. 내 몸에서 태어나서 네가 이제껏 보고 들었던 것들과 읽은 것, 너 자신이 해왔던 일들 모두를 새로운 너도 사용하게 될 테니까 두 아이는 완전히 똑같아지는 거야.” 이 말을 듣고 알 수 없는 평온함에 휩싸여 잠이 든 겐자부로는 이후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그간 가지 않았던 학교에 간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는 이유, 즉 과거의 소년들과 미래의 소년들을 잇는, 또한 죽은 소년과 살아있는 소년들을 잇는 따뜻한 연대의 사회가 곧 학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유소년기 경험이 이후 삶의 과정에서 어떻게 계속되고 이어졌는지, 그리그 그 과정에서 책을 읽고, 그리고 중요한 화두는 끝까지 사고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이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 있다. 즉,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가하는 자신의 의문에 대한 끈질긴 성찰과 고민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것, 그러한 사고의 힘을 강조하였다.

매순간 일어나는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 속에서 우리의 결정을 좌우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는데, 대개 잘못된 의사결정에는 몇가지 주범들이 있다. 선택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질수록, 더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더는 어떨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간주할수록 우리의 뇌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실수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 그렇다면 수많은 의사결정의 순간들 속에서 우리가 삼아야 할 마음의 이정표는 뭘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방이 필요하다. 잡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습관에서부터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 허물없거나 혹은 치열하게 대화하기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생각의 방을 설계해나갈 수 있다. 그런 다음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무언가 결정을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그리고 기다려 보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을 때쯤이면 그러한 힘이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어떤 일이든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가 오게 되는 법이다. 그럴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힘이 분명 특효약이 되는 순간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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