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는 목포를 포함 순천, 안동, 원주, 진주, 포항, 충주 7개의 지방방송국을 경영개선을 이유로 폐쇄하고 몇 개의 광역총국 체제로 운영하기 위한 'KBS 비상경영계획 2019'를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는 지역국의 방송, 기술, 총무 업무 일부를 총국으로 통합해 뉴스 제작과 송출을 총국 중심으로 운영하고 지역국에는 기존 라디오 방송 제작과 수신료, 문화 사업, 교육 업무 기능만을 남겨놓은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역국의 핵심 기능인 보도와 제작 기능이 사실상 없어져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방송과 지역을 대변하는 방송을 만들 기회가 사라지게 되며, 지역의 문화와 철학이 담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환경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우려가 있다.

실제 기능조정 대상 7개 방송국(진주,안동,포항,목포,순천,충주,원주)을 살펴보면 소속 취재기자는 한 명도 없다. 최근 광역총국으로 뉴스를 통합하면서 해당 지역국의 모든 기자가 총국으로 발령난 상태이며, 결국 기능축소를 통한 구조조정을 이미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비상경영계획 2019를 보면서 과연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정연주 前 KBS 사장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7개 방송국(여수·공주·남원·군산·영월·태백·속초 등)을 폐쇄하면서 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지역에 약속을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방송국 자리마저 팔아버리고 없으며 여수의 경우 부지를 건설사에 매각하여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실정이다.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서 주 수입원은 국민이 낸 수신료이고 방송을 시청하는 지역 주민은 수신료를 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실제 목포 지역국은 매년 약 100억원, 순천 지역국은 약 100억원의 수신료를 지역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이중 60억원을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단순 계산으로도 140억원을 수익으로 벌어들이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경영진은 미디어의 다양화 등 외부환경 변화로 기인된 방송환경 변화로부터 발생된 방송국의 적자원인을 본사가 아닌 지역국에서 찾고 있으며, 적자이유를 정확히 진단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단순히 쉽게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지역국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오판에서 기인한 지역국의 기능 축소정책은 지역방송의 말살을 불러오고 결국 시청자와 지역민의 외면으로 경영악화는 더욱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이 아니더라도 지방분권국가의 지향은 시대적 사명이 되었으며 방송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지역국을 폐지하려는 KBS의 시도는 지방분권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이고 지역문화와 특수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 환경조차 없애려는 시도이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온 공영 방송사로서 국민이 낸 수신료가 주 수입원임을 생각한다면 KBS는 지역국 기능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해야한다. 그리고 지방분권 시대에 지역 발전을 위한 공영 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이행하며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역 방송국에 전가하지 말고 본사 경영 개선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된다.

현 경영진의 무능으로 빚어진 누적 적자를 이유로 지역방송국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KBS에 본연의 역할과 책무가 무엇인지 왜 수신료를 받고 있는지 묻고싶다.

KBS는 국가 기간방송사인 동시에 국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이다. 국가 재난상황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며 또 그러한 이유로 막대한 시청료를 거둬들인다.

현장대응이 우수한 지역국을 단지 경제논리로 폐지하고 중앙집중식 광역총국을 운영한다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게 되며, 이는 지역민들에게 수신료를 거둘 수 있는 명분을 스스로 버리는 일이다.

이제라도 본사 경영진은 수신료 없이도 잘 운영하는 MBC에게 경영노하우를 배우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