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로나19가 역사적 기준이 되어 이전과 이후를 기정사실처럼 말하는 요즈음이다. 하지만 이 괴질이 발생은 하였지만 끝나는 것은 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전염병 사태는 계속될 징후를 갖고 있어서 우리 사회 전반의 경제나 문화, 교육 등 여러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생존의 문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엄중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다. 우선 일자리 대란이 예고된다. 그 동안 지속적인 일자리에 심대한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8월부터 가을로 접어들면서는 지금보다 4배 규모의 전염병으로 확산되고 사망자 숫자도 엄청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단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모임으로 종교집회, 요양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야간업소, 심지어 목욕탕까지 허용이 안 되거나 꺼리는 일상으로 뒤바뀌게 되리라는 것이다.

호·오를 떠나서 코로나와 동거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코로나 이후는 코로나 이전으로 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제는 외국 유학, 국제거래, 해외 관광이 자제되거나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며 종식이 없는 질환을 전제로 산업과 교육과 문화가 비대면으로 전개되리라 예상된다. 이런 비대면의 현실은 인간의 정서와 본질을 탐구하는 문학의 미래에도 심대한 변화를 생각게 하는 요즘이다.

전염병 창궐이 주는 교훈을 글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죽음을 담대하게 받아들인다면 달관한 사람일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삶의 중심이 우왕좌왕할 것이다. 좋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을 하여 내공을 쌓는다 해도 오래 살고 싶어 하는 본능에서는 예외가 없다. 이른바 홈코노미가 자리 잡으면서 개별 생활 습관에 익숙해지리라는 것이며 문인들의 모임도 제대로 갖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유행되기 전에 가진 문협 회장 취임식은 성대하게 치를 수 있었지만 이후의 다중 집회는 숫자를 동원하여 치르기란 생각조차 어렵게 되었다.

대외적인 행사의 추진도 마찬가지다. 문협에 우호적인 기업이나 기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여서 문협 발전만을 호소할 수가 없다. 다행히 500여 명이 참여한 '서호시화전'이 운천호수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되어 시민과 언론의 관심을 끌었지만 개·폐회식은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시 낭송도 광주 시민께 볼만하게 차려내고 싶지만 휴면상태다. 그래도 문인들 모두의 광장인 '광주 문학'만은 차질없이 발간되어 문인들의 운동장으로 제 자리를 펼쳐낸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이 같은 일들도 앞으로는 장담할 수가 없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 제 4차 산업시대와 맞물리고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문학의 표현의 변화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우선 각종 문학단체에 젊은 작가들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우리 세대와 달리 젊은이들은 문학을 포함한 그 어떤 단체에도 소극적이다. 이를 일러 인문학의 위기라 할까. 그 대신 실감형 콘텐츠 문화가 한 추세를 이룰 것이고 머릿속에만 노는 스토리텔링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교과학습이 교실에서만 이루어지기 어렵듯이 문학도 종전처럼 문인 중심의 동인지나 문예지를 발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감정 표현이 인공지능을 빌리는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이른바 빅데이터 활용의 문학이 대세를 이루리란 전망이다. 예를 들면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생각해온 시 창작을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담당하리라는 것이다.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한 수 한 수 변화에 따라 최선의 승부를 가르듯이 어떤 '제목'을 입력하고 그에 따른 상황을 입력하면 인류가 지금까지 창작한 것과 같은 '제목'의 시가 나올 것이다. 이리되면 어설픈 창작보다는 인공지능의 시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전시장, 공연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상의 감상으로 바뀌고 해외 관광을 가지 않고도 가이드가 현지에서 전송한 화면으로 거의 현지처럼 체험 현상을 갖는 세상을 의미한다.

창작도 이에 접근해가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의 상상이 비대면 인간보다는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발전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그림이 경매에서 고가로 팔리고 있다. 렘브란트 화가의 붓놀림, 몸놀림, 물감터치의 모든 정보를 입력하여 그린 그림이 사람이 그린 것보다 고가로 팔리는 세상이다. 그 그림이 사람의 정서에 더 맞춰진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창작이 문화예술 전반에 우리도 모르게 접근해있다. 비대면 시대와 맞물려 형성된 이 같은 예술의 변수가 인류의 실존적 삶에 크나큰 변화를 몰고 오리란 것이다. 이리 되면 실제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경계선에 놓인 인간이 사이버 세계로 삶의 중심을 옮겨 가리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