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감정을 컨트롤하는 감정 본부가 있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주인공 ‘라일리’의 주요 감정 ‘기쁨이’가 주인공이 되어 애니메이션을 끌어나간다. 그러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곳에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라일리의 주요 감정은 기쁨이 아닌 슬픔으로 변하고, 기쁨이와 다른 감정들은 라일리를 원래 행복한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쁨이는 자신만이 아닌 다른 감정들이 가진 힘과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이들이 합쳐진 복합적인 감정을 하나 둘 씩 더 고민하고, 이해하며 라일리와 감정들은 더욱 더 성장하게 된다.

조원희 작가의 ‘미움’도 그렇다.

어느 날 한 아이로부터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나.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인데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가 버린 아이를 보자 나는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것을 꾹 참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그래, 나도 널 미워할거야’

그 친구를 향한 나의 미움은 숙제를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면서도, 목욕을 하면서도, 심지어는 잠을 자면서도 계속된다. 그렇게 미움을 먹은 미움은 점점 자라 힘도 세지고 나보다 커지며 내 몸을 휘어잡고 흔들기까지 한다. 그렇게 내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마음이 하나도 후련하지 않다. 내가 더 미워하면 마음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나는 언젠가 팔에 부스럼이 났을 때를 떠올린다. 자꾸 긁으면 번지지만 신경쓰지 않고 내버려두면 자연스레 가라앉는 부스럼처럼. 미움도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미움이 가득 차면 그 창살 속에 내가 갇히고, 결국 더 지쳐버리는 것은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미움’, ‘슬픔’ 등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아이들에게도 입버릇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돼’, ‘사이좋게 지내야 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정말 그게 맞는 말일까? 누군가가 아무 이유도 없이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하고 가 버렸는데,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은 아닐까?

책 속의 나는 누군가의 한 마디로 생겨난‘미움’에 집중한다. 화가 잔뜩 난 싸움도, 화해도 없다. 그저 ‘미움’이라는 감정 하나에만 집중할 뿐이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두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집중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가는 독자들로도 하여금 ‘미움’이라는 감정에 집중하며 곧 자신의 마음, 감정 등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인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조 작가는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다가 잠이 든 적이 있습니다. 누구였는지는 잊어버렸지만, 그 때의 괴로웠던 감정은 아직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미움’은 그 때의 마음을 그린 책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우리 또한 책 표지 속 삽화처럼 상처 주는 말이 가시처럼 목에 걸려 한동안 알게 모르게 앓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고, 그 감정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해나가는 경험을 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