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물 루 작가의 일러스트/오아물 루 홈페이지 제공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이 세 줄의 시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수수하지만 따뜻한 단어로 시를 써 내려가는 ‘풀꽃 시인’ 나태주의 등단 50주년 기념 신작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가 출간됐다. 총 3부로 나눠진 이번 시집은 신작 시 100편이 실린 1부와 독자들이 사랑하는 애송 시가 담긴 2부, 그리고 3부에는 나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으로 구성됐다.

난해하고 복잡한 언어가 아닌 단순하지만 간결한 언어와 문장으로 시를 쓰는 나 시인은 그 자신이 지나쳐온 삶의 내력을 구구절절 읊기보다는 인생의 소중한 장면들에 초점을 맞추고, 생의 정점을 조명하는데 그 노력을 기울인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치들이 사실은 인생을 좌우하는 소중한 순간이자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특히 이번 시집은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의 작품과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어 더 의미가 깊다. 따뜻한 터치로 자연의 미묘한 색감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나 시인의 자연과 배려가 넘치는 서정적인 시 시계와도 닮아 있다.

나 시인 또한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쓴 헌정 시 ‘지금 당장’을 이번 시집에 실었다. ‘뭉게구름’, ‘돛단배’ 등 여름의 계절감이 물씬 풍기는 이 시를 살펴보고 있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어느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는 ‘차라리 당신이/하늘이 되고 새가 되세요’라고 말하며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일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비록 답답한 현실일지라도 독자들이 영혼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답답함도 있으나, 그 와중에 느껴지는 편안함에 집중한다면 결국 그것이 행복이 되지 않겠느냐고 그는 되묻는다. 똑같지만 사실은 다른 매일 매 순간 다행스러운 일, 소중하고 고마운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이는 시인의 시 세계와도 연결된다. ‘순간’의 무게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인은 현재의 순간순간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영원을 약속하며 사랑하기보다는, 선택지가 주어진 현재, 오늘에 더 몰두하며 그 순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순간에 충실하는 방법만이 영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일지도 모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오늘 하루, 이 순간 순간에 숨어있는 소소한 행복을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예전과 같이 휴가를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불쑥 떠날 수는 없지만, 이 시집을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에 더 감사하며 다시 올 평화로운 나날들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