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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목장
김한호(문학박사·문학평론가)

2020. 07.29. 08:50:37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무슨 나무가 될까? 이미 나무를 뜻하였으니 진달래가 될까, 소나무가 될까는 가리지 않으련다.” 이양하는 ‘나무’라는 수필에서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수목장이 없었기 때문에 죽어서 나무가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 갔더니 법정 스님의 수목장이 있었다. 스님은 생전에 무소유를 실천하며 자연을 사랑했다. 표지판에는 “법정 스님 계신 곳, 1932.10.8.-2010.3.11, 스님의 유언에 따라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후박나무 아래 유골을 모셨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수목장을 한 나무는 법정 스님의 수필에도 나오는 ‘후박나무’인데, 법정 스님은 낙엽수인 ‘향목련’ 나무를 상록수인 후박나무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죽으면 매장(埋葬), 조장(鳥葬), 풍장(風葬), 화장(火葬) 등 종교나 풍습에 따라 장묘를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명당에 묫자리를 쓰면 발복한다는 풍수 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묘지 면적은 해마다 여의도 면적(2.9㎢, 87.7만 평)의 2배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묘지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고 국토 개발에 장애가 되고 있다. 게다가 청명·한식날이면 조상의 묘소를 이장하느라 산림이 훼손되고 산불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토가 공동묘지화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화장을 권장하여 1994년 20.5%에서 2018년 84.6%로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매장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와 같이 매장보다 화장을 한 유골을 친환경적인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에코 다잉(eco-dying)’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장묘 방법으로는 수목장을 비롯하여 꽃동산에 화장한 유골을 묻는 정원장(庭園葬)과 바다에 유골을 뿌리고 부표를 만드는 해양장(海洋葬) 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우주 장례식으로 유골을 캡슐에 넣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장묘 문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연친화적이며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수목장이다.

수목장(樹木葬)이란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여 나무의 뿌리에 묻고 그 나무와 함께 영생한다는 것으로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친환경적인 장묘 방법이다.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하여 지금은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널리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고려대 농대 학장이었던 김장수 교수의 유언에 따라 처음으로 수목장을 실시한 후, 전국적으로 수목장이 크게 확산됐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목장림을 조성하고 관련 조례를 만들어 수목장을 장려하고 있다.

얼마 전에 가까운 친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에 유언으로 수목장을 하겠다고 하여 가족 수목장지를 마련해 두었다. 그의 뜻에 따라 화장을 하여 느티나무 아래 유골을 묻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던 사람들도 그가 죽어서 푸르른 나무로 영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달랬다. 그는 자연에서 태어나 말없이 자연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空手來 空手去). 생전에 부귀영화도 사람이 죽어 화장을 하면, ‘못 하나의 철분과 50갑의 성냥을 만들 인과 닭장 하나 하얗게 칠할 석회’만 남기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자연을 파괴하며 호사스러운 묘지를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장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국토를 훼손하는 매장보다는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는 수목장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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