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스틸컷.

맨부커상 수상작 중 최대 베스트셀러인 ‘파이 이야기’의 리커버 특별판이 출간됐다.

2004년 국내에 출간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현대의 고전 ‘파이 이야기’는 인도 소년 ‘파이 파텔’과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227일간의 태평양 표류기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 20112년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인도 폰디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인도 소년 파이. 그가 열여섯이 되던 해 가족들은 캐나다로 이주하기 위해 커다란 화물선에 동물들과 함께 오르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한 척의 구명보트에 오른 건 파이와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과 커다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

‘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닥치는대로 모든 종교를 믿던 파이였지만, 한순간에 모든 가족을 잃어버리고 망망대해에 떠다니게 된 그는 신을 원망하고 증오하다가 ‘왜 하필 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 가장 그를 두렵게 하는 것은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도,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나 한 배에 같이 타고 있는 커다란 벵골 호랑이도 아닌 ‘절망’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언젠가 그를 물어 죽일 수도 있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존재를 통해 오히려 힘을 얻는다. 모든 동물들이 죽고 유일하게 자신과 함께 남은 맹수이자 동반자인‘리처드 파커’가 오히려 그에게 삶의 의지와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다. ‘리처드 파커’의 공격으로 인해 공포에 사로잡힐 때도 파이는 ‘마음 한편으로는 리처드 파커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말한다.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한 배에 탄 호랑이 뿐만 아니라 정체불명의 미어캣들과 해초가 가득한 식인 섬, 바다 한가운데서 만난 눈 먼 조난자 등 파이는 227간의 표류 기간 중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마침내 육지에 도착한 그는 배의 침몰 원인을 조사하러 나온 선박회사 직원들에게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선박회사 직원들은 파이의 이야기를 쉽사리 믿어주지 않고, 파이는 그들에게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며, 인생은 이야기와 같다’고 말한다.

작가 얀 마텔은 ‘파이 이야기’속 파이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이 선택한 대로 이야기는 흘러갈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파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또한 우리의 ‘삶’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덮고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는 나만의 ‘파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