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계약이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과 금호산업의 대면협상으로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한 대표이사 간 대면협의와 관련해 실무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금호는 서재환 대표이사가 참석하고 HDC현산은 권순호 대표이사와 정경구 대표이사 중 누가 참석할 지 정해지지 않았다.

대면협의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HDC현산과 금호 측의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재실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는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국가에서의 기업결합신고가 끝난 만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요건이 충족됐다는 주장이다.

HDC현산은 향후 정부의 추가 지원 규모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올 2분기 기준 HDC현산의 부채비율은 111.4%로 재무구조는 안정적인 편이다. 다만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에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 만기 연장, 이자를 줄이기 위한 영구채 출자전환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산이 이전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라는 낙관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화물기 운항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거부했던 대면 협상에 나선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다만 금호산업이 어떤 형태의 재실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협상은 결렬될 여지가 크다. HDC현산이 여전히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 할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면협의가 ‘노딜’로 끝날 경우 2,5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전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인수 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대금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금호산업은 계약 무산을 염두에 두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계약해제에 대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가다. 일각에서 HDC현산이 재실사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소송을 대비한 ‘명분쌓기’라고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지만, 금호와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과 금호산업은 그간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감정적인 모습도 드러냈었지만 장고 끝에 HDC현산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흑자전환 등 고려할 사항들도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