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영역에서 지역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장해서 매출을 늘리는 것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리는 원동력이다. 지난 7월 부임한 백호성 광주지방조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조달정책에 관한 중소기업의 바람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중소기업이 지역경제의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 실물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백호성 청장을 광주지방합동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비전을 들어봤다.





- 소감과 조달청 조직 운영 철학은.

▲광주에 처음 근무하게 돼 맘이 설렌다. 부임하자 광주에서는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기 시작됐다. 걱정이 많다. 지역경제에 위기여서 극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을 최고로 끌어 올려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청장이 먼저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직원들과 토론과 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광주지방조달청은 11개 지방청장 가운데 가장 젊다. 젊은 만큼 지역 기업인들에게 ‘역동적인 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믿는다. 사무실에서 보고받고 결재하는 것보다 지역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가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지원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부지런히 나다닐 계획이다.



-광주지방조달청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개청 71주년을 맞은 광주지방조달청은 1949년 임시 외자관리청 목포와 여수사무소를 열고 출범했다. 외자청을 거쳐 1998년 광주지방조달청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광주시 북구 첨단지구에 있는 광주지방합동청사에 입주해 있다. 30여 명의 직원들이 지역 5,200여 공공기관, 6만여 조달기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과 서비스, 공사를 계약해서 공급하고 있다.

2013년부터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한국전력공사 등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조달사업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 개청 이래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부임하면서 조달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복안이 있는지.

▲지역 여건에 맞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지역 공공기관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기업들의 현안, 지역의 산업 여건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달청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려고 한다.

광주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목표로 인공지능 중심도시, 고부가가치 미래 신산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전남도는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 6대 블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신산업 수도(Blue Energy), 바이오메디컬 허브(Blue Bio)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광주테크노파크는 지역산업 혁신과 기업 성장지원을 미션으로 한 ‘20년 기관 발전계획’을 세워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조달청의 ‘혁신지향 공공조달’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지역의 많은 기업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 공공기관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지향 공공조달’, 어떤 의미인가.

▲ 공공부문이 민간의 혁신제품과 기술을 육성하고 구매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이러한 기술혁신을 통해 국민의 요구에 따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혁신지향 공공조달’은 공공부문이 이러한 혁신제품의 선도적 구매자(First Buyer)가 돼 초기 시장을 마련하고 수요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조달청에서는 크게 3가지 추진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첫째, ‘혁신 시제품 시범구매사업’이다. 공공기관에서 별도의 예산확보나 계약 체결 절차 없이 조달청이 혁신 시제품을 구매해 공공기관이 사용해보도록 한 다음, 피드백과 판로 확대를 적극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이 혁신 시제품은 조달청에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혁신성, 시장성을 평가한 뒤 지정하는데 현재 지정된 109개 제품 중 우리 광주·전남지역 8개 기업의 제품이 포함됐다. 둘째, 범정부 혁신 조달 플랫폼인 ‘혁신 장터’를 올해 2월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공공기관의 혁신수요와 기업의 혁신제품을 연결하고, 혁신제품의 초기 진입 시장을 제공하게 된다. 셋째, 예산을 사용하고 주기적인 감사를 받는 공공기관은 기관 특성상 선례가 없는 혁신제품을 구매하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위험회피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면책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혁신지향 공공조달’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우리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창업·기술혁신 기업들의 공공조달시장 진출 실적이 높지 않은 편이다. 주요 현황을 보면 ‘벤처나라’ 지정기업은 73개사로 전체의 5.3%,‘혁신 시제품’ 지정기업은 8개사로 전체의 7.4%에 불과하다.

광주지방조달청은 우리 지역 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올해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광주테크노파크 등 6개 지역 R&D 기관과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무회의를 열고 추진일정 및 역할분담 방안 등 구체적 실행계획을 협의했다. 하반기에는 상호 협력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나주혁신도시 입주기관들을 대상으로 혁신 시제품 수요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지역 산업단지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해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 올 하반기에 추진할 중점 사업은.

▲ 지역기업이 규모나 기술력 수준에 맞게 공공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힘써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기업의 판로를 늘리고 지역 공공기관들이 원활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게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다음 몇 가지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지역에 있는 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 이를 위해 기업인들과 현장을 두루 살펴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구매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지역 제한 경쟁입찰, 지역 의무공동도급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구매제품의 규격을 결정할 때도 공공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지역기업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코로나19가 비상이다. 확산 방지와 지역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조달청의 역할은.

▲광주지방조달청은 지난 2월 확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마자 확산을 방지하고 조달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조달업무처리 특례’를 제정했다. 취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공공부문의 구매력을 활용해 내수를 늘려 민생을 돕는다는 것이다. 첫째, 조달기업 방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문등록 입찰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제안서 평가를 원칙적으로 온라인 또는 서면심사로 바꿨다. 둘째, 입찰절차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소액 수의계약 한도를 2배로 늘리고 수의계약 범위를 확대했다. 셋째, 피해업종 수요를 신속하게 보강할 수 있게 선결제·선구매를 통해 내수 수요를 조기에 창출하고, 비축할 수 있는 자산을 중심으로 선구매를 하는 것이다.



- 지역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에 한마디 한다면.

▲부임 후 광주에서 처음 만난 어느 기업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광주는 완성품 제조업체보다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서 부품소재 생산업체의 비중이 커서 완성품 위주의 공공조달시장으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성장할 수 있는 여건도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해서 공공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건이 어렵고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해 있지만 우리 지역 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공공기관들이 관심을 두고 창업·벤처기업 제품과 혁신제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매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또 공공조달시장 진출을 바라는 지역 기업들에 광주청 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 등 공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와 사업에 과감히 도전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공공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고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광주지방조달청도 조력자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