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거창하고 심오한 질문에 고교 시절 윤리 선생님은 짧은 말로 대답해 주셨다. '저 산 너머 뭐가 있을까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라고. 인간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인 '산 너머'가 어떤 곳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철학이라는 것이다. 철학의 어원이 지혜를 사랑하다는 것이라 하니 선생님 말씀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필자가 살아가면서 '산'을 넘어야 하는 변화의 시기를 만날 때마다 철학에 대한 이 짧은 한마디가 떠오르곤 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경제, 사회,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소위 '뉴노멀(new normal)'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며, 현재의 상태로는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모두 이 '산'을 넘어야 하며 지혜롭게 대처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예상되는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경제분야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가 협력하여 제품을 생산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탈세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산업구조가 비대면산업과 바이오헬스 중심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경제 주체별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먼저 정부는 자국이익 우선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따라 역할이 확대될 것이고, 가계는 사회활동의 제약을 받는 가운데 실직, 소득감소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될 것이다.

교육분야에서의 변화 키워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온라인 교육 활성화이다. 유네스코(UNESCO) 발표에 따르면 올해 4월 5일 기준 전세계 193개국에서 약 16억명의 학생들이 휴교령으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온라인 수업 확대는 기존의 교사 역할을 지식의 단순 전달자에서 지식 공유 및 새로운 지식 창출을 위한 조력자로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학습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직장의 근무 형태도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대면회의와 회식문화는 축소되고 온라인 회의나 효율성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가 더욱 활성화 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사회적 변화는 가계의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디지털 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정보의 비대칭이 심화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가만히 앉아서 '골똘히' 생각만 하면 되는 것일까? 우리가 만나게 될 '산 너머'는 이전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는 사회제도의 보완뿐만 아니라 개인의 적극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invent) 것이다.' 컴퓨터 환경을 보다 쉽고 편하게 이용하도록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창시한 앨런 케이의 말이다. 야마구치 슈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교실 안에 있는 위대한 철학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하루하루 생업에 최선을 다하는 바로 당신'이라고 강조한다.

필자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우왕좌왕하는 상황에 더해 광주로 부임 받아 근무지를 옮기면서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됐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인 가구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처음 맞이하는 무등산 너머의 세계에서는 스스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먼저 그동안 연락이 없던 친척들에게 연락을 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연락을 했는데도 반겨주셨고,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그분들을 보며 필자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 다음으로 코로나19가 안겨준 뱃살을 떨쳐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운동을 해왔지만 달리기는 처음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행동이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