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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은 공공근로가 아니다
이연수(문화부장)

2020. 09.16. 00:33:48

전국에 공공미술 사업이 열풍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봉착한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 문화향유 증진과 지역 공간의 문화적 재창조를 위해 문체부와 전국 228개 지자체가 동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올 가을 진행되고 있다.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 미술’ 총 사업예산은 지자체 매칭 포함 980억원이다. 시·군별 4억원씩이 배정됐다. 사업별 참여 예술인은 최소 37명 이상, 작가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전체 사업비의 55% 수준이다.

시·군·구 또는 지역 문화재단 등이 주관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장소와 프로젝트 유형을 결정해 작가팀을 공모, 선정 지원하는 방식이며,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미술 작품을 조성하거나 주민 참여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형태다.



도시에 활기 불어넣는 공공미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공공미술 작품이라면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사옥 앞에 세워진 조나단 보롭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설치된 이 작품은 높이 22m, 무게 50t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와 1분 17초에 한 번씩 망치질하는 동작으로 주목받았다.

광주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에 7미터 높이로 설치된 왕두 작가의 손가락 V자 모양 ‘승리!’나 하늘마당 그랜드캐노피 뒤편 초록, 검정, 파랑으로 칠해진 3개의 거대한 화강석 조형물 ‘ACC 매직마운틴’이 눈길을 끈다.

대중을 위한 미술인 공공미술의 개념은 1950년대 프랑스와 미국에서 본격 등장했다. 공공미술이란 용어는 영국의 존 윌렛이 1967년 ‘도시 속의 미술 Art in a City’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사회는 미술을 지원하고, 미술은 도시의 미감과 환경을 개선하는 것. 정부의 공공미술 진흥 정책은 많은 기금이 조성되기에 예술인들에겐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도시의 표정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기능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광주 5개 구의 경우 남구는 월산동 덕림마을의 유래를 담은 조형물과 아트편의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북구는 문흥동 지하보도 벽화사업을, 광산구는 송정역시장 인근 도산동 일원에 사업을 추진한다. 서구는 상무대 옛터 일원을 대상지로 선정하고 공모를 진행 중이며, 동구는 1954년 지어진 박옥수 고택을 원형 보존하는 원칙 하에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을 세웠다.

전남지역을 보면 장성군은 황룡강 일원 장성역 기차갤러리를 무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함평군은 엑스포공원과 화양근린공원, 수산봉 등지에 다양한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할 계획이고, 해남군은 두륜산 케이블카 주차장과 우수영 문화마을 등 4개소에 벽화를 조성한다.

벽화나 회화, 조각 등 작품 설치형과 문화공간 조성형, 도시재생형, 주민참여 공동체 프로그램형 등 다양한 유형이 시도될 전망이지만 우려도 없지않다. 우선 충분한 시간이 없다. 문체부 추경예산 증액으로 지난 8월부터 갑자기 추진된 이 사업은 내년 2월까지가 총기간이지만 실질적인 수행은 10월부터 12월까지 짧은 기간 내 진행돼야 하는데다 공공미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부랴부랴 인원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 돼 졸속으로 추진되지 않을 지 걱정이다.

일일 인건비성 경비가 참여작가는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30만원, 보조작가는 최소 9만원에서 15만원에 이르다 보니 서로 알고 지내는 예술인들끼리 인건비를 벌기 위해 머릿수를 채워 참여하고 서둘러 끝내자는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러한 단체에 끼지 못하는 예술인들은 사는 동네가 아닌 다른 지역을 기웃거리고, 그나마 이마저도 모르고 작업실에만 파묻혀 사는 ‘나홀로’ 예술가는 이런 혜택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



충분한 고민없인 졸속추진 우려



장소와 사업 내용을 별다른 고민없이 행정기관에서 정한(대부분 취약지 벽화나 조형물) 지역은 참여 예술인들이 그들의 예술적 감각이나 독특한 창의성을 발휘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페인트칠을 위해 참여하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일자리를 주기 위해 시행하는 ‘공공근로’가 연상되는 지점이다.

결국 참여하는 예술인도 공공미술엔 별 관심이 없고, 지자체는 기간내 사업 완료해 정산하고 별 탈 없이 보고서만 내면 되는게 아닐까.

행정이 개입한 예술에 성공사례를 찾기 어려웠고, 급조된 정책은 꼭 뒤탈을 불러왔다. 섣부른 공공미술품이 흉물로 전락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공공미술은 그것이 설치된 곳을 둘러싼 공간과의 조화가 필수인데, 장소를 잘못 선정한 공공미술이 애물단지가 되고 어떤 때는 횡포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아왔다.

980억원은 국민의 세금이다. 혈세로 조성된 공공미술은 지역 주민과 이용자의 판단이 중시돼야 하고, 따라서 작품과 감상자가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대중의 정서에 반하는 공공미술은 대중에게 외면받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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