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성남FC전이 끝난 뒤 탄천종합운동장 원정팀 라커룸에 들어선 광주FC 선수들은 기뻐하면서도 ‘진짜 우리가 파이널A가는거냐’고 물어보며 서로를 껴안았다. 기쁨 속에서도 믿기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더 우세했다. 이날 경기를 이기고서도 다른 팀 결과를 봐야 파이널A행 여부를 알 수 있었던 광주 선수들은 성남전에만 올인했던 터였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뒤 스태프로부터 파이널A 확정 소식을 접했고, 90분 경기에만 올인했던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광주FC가 상위 6개 팀이 겨루는 파이널A에 막차로 합류했다. 1~5위가 정해져 있고 마지막 6위만 결정이 되지 않았던, 6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확률이 있던 역대급 6위 전쟁의 승자는 광주였다. 광주의 파이널A 진출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K리그2에서 우승하고 올해 K리그1로 승격하자마자 파이널A 진출까지 이뤄 의미가 더 컸다.

광주FC가 승격에 이어 파이널A 진출까지 이뤄낸 것은 박진섭 감독이 만든 ‘원팀’의 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K리그2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그 전력을 고스란히 올해까지 이어온 박 감독은 자신의 전술과 선수들의 끈끈함을 조합시키며 파이널A 무대까지 뛰어들었다.

박진섭 감독은 이날 타 팀 결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경기종료 후 스태프들로부터 소식을 접하자 놀랐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21일 “성남전만 바라보고 모든 걸 쏟아내자고 선수들에게 말했었다. 이 경기만 이기자는 생각이었다. 파이널A보다는 앞으로 남은 경기가 있어서 강등권과 승점 차를 벌려놓는 것이 중요했다”며 “경기 끝나고 파이널A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다. 다시 한번 확인까지 했는데 얼떨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구단에서는 파이널A로 목표를 뒀지만 제 목표는 1부리그 잔류였다. 그리고 목표가 빨리 이뤄졌다”고 말했다.

광주의 파이널A 확정은 기적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감독과 선수들이 치열하게 22라운드를 달려온 결과다. 시즌 초반 4경기 동안 승리가 없어 고전했고, 3연승 뒤에는 6경기 무승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14라운드 인천전 승리 이후 7경기 무패를 달리며 정규리그 6위까지 올라섰다.

박 감독은 인천과의 경기가 터닝포인트였다고 밝혔다. 당시 박 감독은 인천에 패할 경우 사퇴까지 염두에 뒀다. 하지만 인천을 3-1로 제압하면서 광주는 다시 상승곡선을 탔다.

박 감독은 “초반 부진은 힘들지 않았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6경기 무승 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하위권 팀은 2부로 강등되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기 때문에 중압감이 있었다. 강등을 면할 수만 있다면 사퇴도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 이후 팀이 무패경기를 이어갔다. 최근에도 경기 내용이 좋았다”고 밝힌 박 감독은 “요즘 들어서는 100%는 아니어도 제 전술이 80~90%는 발휘되고 있고, 선수들도 이해도가 높아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과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 팀으로서 완성이 되어간다는 점이 감독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파이널A 일정은 22일 발표된다. 광주로서는 1~5위 강팀을 상대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표를 받게 된다. 하지만 박 감독은 ‘해볼 만한 상대들’이라며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감독은 “대구에게만 승리를 거뒀지만, 다른 팀들에게도 패배하기만 한 건 아니다. 전북, 울산과 비겼고, 지더라도 쉽게 지지는 않았다”면서 “어려운 상대지만 5패는 하지 않겠다. 자존심도 있고 리그 흥행도 달려있다. 상대팀에게도 중요한 경기이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