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이동 제한은 물론 고향 방문 자제령까지 떨어지는 등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추석 연휴가 모두 지나갔다. 연휴가 지난 주 중반 시작됐으니 길게는 1주일 이상 꽤 오랬동안 쉰 셈이다.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 감염병 재확산의 우려감이 컸던데다 국회에선 여야간 갈등과 마찰이 극에 달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명절 분위기는 실종됐다. 무엇보다 추석연휴 직전 터졌던 우리 국민의 북한피격 사망 사건과 21대 국회 시작 이전부터 이어졌던 야당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황제휴가 의혹 공세, 그리고 박덕흠 의원의 국회의원 이해충돌 사안 등은 국민들의 짜증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이에 국민들은 나름의 잣대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주문을 쏟아내는 등 그 어느해보다 씁쓸한 추석 명절을 보내야 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는 어느 해보다 매서웠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경제 상황이 얼어붙은 상황임에도 특정 사안에 대해 마치 건수하나 잡았다는 듯 정쟁을 키우는 야당이나, 이에 대해 집권여당 답지 못한 미성숙한 대응 등 정치권 전체의 몰염치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음은 당연지사다.

특히 국민들을 극도의 피로감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한 추미애 장관 아들 황제 휴가 의혹과 관련, 검찰이 모두 무혐의 처분한데서도 드러났듯 이것이 반년 넘게 정쟁을 해야 할 정도로 근거와 객관성에서 심히 결여된 중대 사안인지 묻는 여론이 많았다.

각종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혹독한 지경이다. 나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수출입은 쪼그라들고, 경제의 실핏줄이라 할 수 있는 자영업자 및 중소상인들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무역의 경우, 지난 7월 코로나19 충격으로 수출과 수입 모두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상수지가 75억달러에 달하고 전년대비 흑자 폭도 8억달러 넘게 늘어나는 등 올들어 최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무역 전반이 움츠러들면서 기록된 흑자일 뿐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광주에서만 하루 수백명의 자영업자들이 폐업 또는 전업을 한다니 한숨만 나온다.

더욱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만의 상황이 아닌 전 세계와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이제 막 연휴가 지났으니 금명간 코로나 확진자 수 집계가 나오겠지만 어떤 경우든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설령 우리나라가 좋아진다 해도 전 세계 상황이 매우 좋지 않기에 그렇다. 우리나라만 독야청청 경제 상황이 좋아질 리 만무한데다 동절기가 다가오는 터라 재확산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연말까지 이어지거나 급격한 재확산 상황이 다시 발생이기라도 한다면 그로키 상태로 진입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마음이 편할 리 만무하고 위정자들에 대한 민심도 좋을 리 없다.

어찌됐건 연휴는 모두 끝났고 우리는 또다시 코로나19와 사투를 재개해야 할 운명 앞에 놓였다. 이에 위정자들은 연휴기간 수렴한 민심과 원성을 귀담아 들어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채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을 경우, 국운은 기울어가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 지며 그들 스스로도 권력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불행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반대로 '정쟁을 하지 말라'는 국민의 여론을 잘 수렴, 개선하고 민심을 받아들인다면 국운은 융성하고 권력도 동반해 따라올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여론이나 민심은 큰 흐름을 타며 파도를 치는데다 보다 많은 대중의 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과학과도 같은 짜임새와 치밀함이 그 안에 녹아 있다. 따라서 민심을 따르는 것은 곧 천심을 따르는 것이고 국가의 과학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나 다름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