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회가 최근 순천시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순천시는 시의회와 사전에 협의하고 시민들의 공론에 귀 기울일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순천시의회 허유인 의장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순천시가 추진한‘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이하 통합기금조례) 제정과 같은 중요 정책을 추진할 때는 반드시 의회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해진 행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허석 순천시장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통합기금조례를 제정해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통합기금조례는 특수 목적으로 설치한 기금을 통합해 일반 사업비로 편성할 수 있고 대규모 재난 등 기금 사용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순천시에 설치된 기금은 시청사건립기금(880억원),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204억원), 중소기업육성기금(4억원) 등 9개로 총 1,430억원 규모이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열린 제245회 임시회에 제출됐지만, 함께 제출돼야 할 5년간 기금적립 계획 및 비용추계서가 누락되고 사전 입법예고를 하지 않는 등 행정절차상의 하자 문제가 제기돼 부결됐다.

허 의장은 “통합기금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허석 순천시장이 라디오방송 인터뷰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순천시의장이 약속했다’고 말했다”며 “이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와 같은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재난지원금에 대해 “순천시의회는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10만원 이상도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며 “다만 청사건립기금 등 다른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을 재난지원금으로 지출한 뒤 발생하는 채무액 350여억 원을 어떻게 5년간 갚을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순천만국가정원에 설치된 경도주권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 의장은 “허석 시장이 인터뷰를 통해 ‘민간단체의 모금으로 세워진 경도주권탑은 공유재산 관련 법규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봉화산에 설치된 민간단체의 편의시설에 비유했다”고 상기시키며 “앞으로 민간단체가 공공시설인 국가정원에 조형물을 설치하겠다고 요구하면 모두 다 들어 줘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 허석 시장의 발언을 꼬집었다.

최근 순천시가 사업 취소를 선언한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 건립과 관련해서도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다 하더라도 정유재란 당시 침략군 선봉장의 동상을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함께 세우겠다는 발상은 시민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미숙한 행정이다”며 “거짓 해명으로 논란만 키우지 말고 시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허 의장은 “의회와 집행부는 순천이라는 수레의 양 바퀴인데, 한쪽이 비대하면 균형을 잃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고 수레 위에 있는 시민들의 행복한 삶은 흔들린다”며 “순천시는 사업을 추진할 때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의회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잃어버린 행정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부취재본부=권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