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구검(刻舟求劍)'이란 고대 중국의 사자성어가 있다. 춘추전국 시대, 초나라의 한 젊은이가 배를 타고가다 강 한복판에서 칼을 강에 빠뜨렸다. 이에 젊은이는 칼을 빠뜨린 부분의 뱃머리에 표시를 해 놓았다. '칼을 떨어뜨린 자리를 표시해 놓았으니 찾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배가 강가에 도착하자 뱃전에 표시해 놓은 물속으로 들어가 칼을 찾아 나섰다. 칼을 빠뜨린 곳이 강이 아닌 뱃머리의 강 밑을 찾았으니 칼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각주구검'은 이처럼 판단력이 우둔해 융통성이 부족하고 세상이치에 맞지 않아 어리석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요즘 핫한 뉴스 중 하나로 떠오른 지방소멸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지 못해 '각주구검'이라는 사자성어와의 연관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갈수록 쇠퇴해가는 최근의 지방 상황에 대한 당국의 관심도나 정책들을 보면 그렇다.



소멸 심각성에 여전히 둔감





'지방소멸'은 지방의 시·군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의 인구가 줄면서 의료나 복지, 교육, 문화시설이 더 빨리 줄거나 사라져 자립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자치단체가 온전할 리 만무하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더 많아지면서 지방소멸은 급행열차를 탄 듯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남지역에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는 22개 시·군 중 18곳에 달한다. 여수와 순천, 광양, 목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초지자체가 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됐다. 특히 고흥을 비롯한 보성과 함평, 신안, 곡성 등 5곳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지방소멸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보이는 것은 지방대학들의 침몰이다. 수시모집 철을 맞아 지방대학들의 생존 전략을 보면 처절하다. 지방대학간 경쟁이 '폐교' 폭탄돌리기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실제 2021학년도 수시모집 실상을 보면 사실상 미달 수준의 경쟁률인 6대1 미만을 보인 대학이 전국적으로 106곳에 달했다. 외형적인 경쟁률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수도권대학에 복수 지원한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에 합격할 경우,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을 선택한다. 수시모집 경쟁률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

지방의 대학교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고 처절하다. 매출이 매년 20%선 격감하고, 이마저도 해당 대학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힐까봐 전전긍긍한다. 구조조정으로 학생 수가 더 줄면 아예 장사를 접어야 하는 이유다.

지방소멸과 관련해 일본은 우리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최적의 사례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지방소멸을 겪은 나라로 당시 일본의 수도 도쿄는 지방의 인구를 빨아 들여 재생산을 못하는 블랙홀이 됐다. 이를 두고 일본의 지식인들은 도쿄도 죽고, 지방도 죽을 것이라며 심각한 경고를 한 바 있다. 일본 경제 지표들은 이후 성장세를 멈추거나 후퇴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이다. 우선 출생율이 당시 일본보다 낮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는 30여만명으로 전년보다 7.4%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같은 기간 0.98명에서 또 0.06명 하락했다. 모두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더욱 문제는 저출산 현상이 어디서 멈출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확한 실상파악 대책 절실





지방소멸은 본격화하면 막기 힘들다. 따라서 지금이 지방소멸의 마지노선이지만 우리의 현실 인식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책이라는 것들이 단발성이고 근시안적이다. 청년들을 지방에서 교육시키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혁신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방의 핵심도시들을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을 막을 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선 정책과 미래 먹거리 창출에 '각주구검'의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작해도 늦은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