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후를 걱정하는 시선들이 많다. 선거기간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고, 계층간, 인종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다. 특히 미국이란 나라가 지금까지 전 세계의 민주질서를 선도해 왔던 터라 선거기간 벌어졌던 혼돈 상황들은 세계인을 실망과 혼란속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맞붙은 이번 미국 대선은 코로나19 감염병의 대유행 속에 치러졌다. 문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사태의 우려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우위에 섰던 과거의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는 박빙으로 치러진데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공방이 선거판을 지배해 왔기에 우려를 무시해 버리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예년보다 확대된 우편투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측의 불만이 크다 한다.

선거후 불복·분쟁가능성 횡행

미국의 대선 투표 방식은 크게 우편투표와 현장투표로 나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러 주가 우편투표 제도를 확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조작, 중복투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미국의 선거가 우편 투표의 경우, 민주당에 유리하고, 공화당 지지자는 상대적으로 현장투표를 선호한다는 데서 출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지난 4·15총선 후 일부 극우 인사들이 사전투표 등의 문제를 주장하며 시위와 소송, 심지어 백악관 앞 1인시위를 펼치는 등 불복 움직임을 보여왔던 터라 묘한 오버랩이다.

하여튼 미국의 대선은 앞서 언급했듯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현재 판세가 두 후보간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현장투표 결과에서 앞서면 바로 승리를 선언하고, 이후 우편투표에서 바이든 후보가 이를 뒤집더라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정으로 간다는 시나리오가 횡행한다.

최악은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소송이 벌어지면서 선거인단 확정이 안돼 당선인을 결정짓지 못하는 혼란 상황이다. 특히 소송이 벌어져 투표 결과와 다른 판결이 나올 경우,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 총기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는 뉴스는 불안감을 키운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민주주의의 스승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선거판에서 이런 예측이 나온다는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사실 미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가 됐건 민주주의 국가는 법치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고 이로 인해 구성원들간 위협은 커지게 되며, 사회나 국가의 구조적 단점이 드러나게 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민주질서 혼돈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겐 선물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중국 사회주의 모델이 서구 민주주의 모델의 비교우위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답습하고 있기에 특히 그렇다.

우리의 민주질서 돌아볼 계기

우리가 추구하는 서구 민주주의의 강점은 사회, 기술 및 경제 발전에 적응하면서 항상 스스로를 갱신해 왔다. 이같은 관점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모델이 돼 왔지만 최소한 이번 미국 대선만큼은 미국이 민주주의를 선도할 힘이 부족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선은 결과가 어떻게 귀결되든 우리에겐 반면교사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볼 계기로 삼아야 된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심각한 지역 갈등과 이념 갈등, 빈부 격차로 인한 양극화 등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탓이다. 특히 지난 4월 치러진 총선 이후 깊어진 갈등의 골은 치유는커녕 깊어만 가고 있다는 점에서 숙제가 큰 상황이다. 코로나19의 K방역처럼 이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우리의 민주질서를 본받겠다고 너도나도 달려들 때까지 이젠 우리도 갈등 해소의 숙제를 해나가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