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최장 방조제의 섬’ 신안

논치~도락까지 길이만 무려 276km
‘전국에서 가장 많고 길다 ’ 공식 최고기록 인증
1900년대전부터 식량난 해결위해 간척사업
방조제 유지비 국가 지원률 높여야

[전남매일=신안]이주열 기자=신안군이 전국에서 가장 많고, 긴 방조제를 보유해 한국기록원 공식 최고 기록을 인증 받았다. 신안군의 방조제는 547개로 전국 1,673개 대비 33%에 이른다. 40m 남짓의 논치방조제부터 5.1km의 도락방조제까지 전체 길이는 276km에 달한다. 신안군은 국내 최고 기록 인증을 위해 방조제 관리 현황과 항공사진, 실물사진, 제3자의 확인서, 기록 도전 개요서 등 입증 자료를 한국기록원 KRI기록검증서비스팀에 제출했다. 지난 3월 검토에 들어간 한국기록원 KRI기록검증서비스팀은 4개월 동안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신안군을 ‘단일 지방자치단체 최다, 최장 길이 방조제’분야의 새로운 한국기록원 공식 최고 기록으로 인증을 확정했다. 신안군은 조만간 미국 World Record Committee (WRC/세계기록위원회)와 기네스북 등재까지 추진한다는 목표다.

◇ 신안 최장 도락방조제

지난달 한국기록 인증서 수여식 행사가 열린 도락방조제는 한발마을과 도락마을에 걸쳐 있다. 101세대 230여명의 삶의 터전을 바닷물로부터 지켜주는 성벽 역할을 하는 방조제다. 도락 방조제 2지구에는 갯벌체험장도 조성돼 있다. 인근 생태교육원을 찾는 아이들의 체험을 위해 마련했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의 민낯을 만끽할 수 있다. 칠게와 짱뚱어, 각종 조개를 맘껏 보고 그 위를 호젓하게 날개짓 하는 백로도 만난다.

◇농경지보호에서 염전, 양식장 조성 소득원으로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인 신안군은 1,900년대 훨씬 전부터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간척사업을 펼쳐왔다. 바다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둑을 쌓아나갔다. 방조제의 시초인 셈이다. 방조제는 조각조각 나뉜 섬들을 이었다. 넓어진 터전 위에서 땅을 개간하고 작물을 심어 꿈을 일구기 시작했다. 농경지에서 허기를 채우고 곳간을 늘렸다. 바닷물을 막은 방조제 뒤편에서는 소금을 생산했다. 1914년에 축조한 대동방조제는 국가등록문화재 제 362호인 대동염전을 태동시켰다. 1948년 비금도의 450여 가구 주민들이 염전조합을 결성해 100ha 넘는 광활한 소금밭을 조성했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신안천일염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청정 갯벌과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신안천일염은 명품으로 불린다. 미네랄이 풍부한 고품질 소금으로, 연간 22만여톤을 생산중이다. 국내 생산량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방조제는 폐염전을 활용한 양식업을 가능케 했고 지역민들은 소득을 올렸다. 얼마 전부터는 태양광발전단지도 속속 들어섰다.신안군의 현재 방조제는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방조제 위로 자전거가 내달리고 둘레길과 모실길에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방조제에서 희망을 보고 즐거움을 얻는 중이다.

◇조선-근현대사 지나온 신안 방조제

우리나라는 1256년 강화도에 방조제를 축조해 군량미를 확보했다는 기록이 최초다. 신안군의 경우는 1728년(영조 4) 팔금도에서 시작했다. 서근 원안방조제와 장목 뒤 방조제다. 두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원안방조제 앞으로 인근 암태면 중흥마을이다. 장목 뒤 방조제에서는 팔금과 암태면을 이어주는 중앙대교가 선명하게 보인다. 조수 간만의 차가 덜하고 둑을 쌓기가 손쉬워 이곳에 방조제를 먼저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듬해 1,729년에는 현재 원산지역에 비오지방조제와 작도방조제가 잇따라 축조됐다. 금당산을 중심으로 8개 섬이 새처럼 일정 간격을 두고 모여 있는 팔금(八禽)을 제방으로 연결해 나갔다. 서근리에서 시작된 방조제 사업은 일제강점기에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 전쟁물자로 쓰일 곡식을 생산하기 위해 213개의 방조제가 만들어졌다. 해방 이후 간척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신안군 전체로 확대됐다. 그 수가 자그마치 547개소에 276㎞나 된다. 전국 1,665개소의 33%, 신안군 해안선 1,928㎞의 14%일 정도다. 방조제가 현재의 신안군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듯 하다. 유지관리를 위한 배수갑문 또한 1,076개소로 전국의 46%나 된다. 배수갑문은 간척지와 관계지 등 방조제로 인해 해수와 내수가 차단된 지역에서 내수를 바다 쪽으로 배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배수갑문은 홍수시 배수가 가능해야 하고 외수위가 높아졌을 때 바깥의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제 강점기 1930년경 압해 상도방조제(신안군 제공)

◇국토 보전에 탁월한 방조제

방조제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둑이다. 하구나 만 부근의 물 공급을 위해 인공으로 만든 제방이다. 섬지역이나 바닷가에 만들어서 부족한 땅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해면보다 낮은 국토의 특성상, 32.5㎞ 길이의 자위더르 방조제 등 많은 시설이 있는 네델란드가 대표적이다. 단일 세계 최대 규모는 우리나라에 있다. 새만금방조제다. 2003년 말 전북 김제, 군산, 부안 해면 33㎞를 연결했다. 1991년에 시작한 대역사였다. 1980년대 중동 건설경기 후퇴로 인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그 결과로 새로운 땅 401㎢가 생겼다. 곳과 만이 들고나며 넓은 갯벌을 형성하고 있는 전남 서남권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많은 곳이 신안군이다. 섬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니 반드시 필요했다. 방조제를 쌓는 방법은 인력에서 기계로 점차 진화했다. 과거 갯벌을 뭉쳐서 겹겹이 쌓은 흙 제방, 야면석(큰돌) 덧붙이기, 면석 쌓기를 거쳐 중장비를 이용한 피복석 쌓기와 월파를 막는 파라펫(콘크리트 구조)까지 설치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해수온도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기상이변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고육지책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지형의 특성상 농작물은 물론 생활공간까지 침수되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매년 유지관리비가 투입되고 있다. 당연히 국가의 지원이 따른다. 국토의 보전과 식량안보 차원이지만 그 국비 지원율이 갈수록 하락하고있다. 지난 2018년부터 70%에서 50%로 줄어들었다.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크게 보면 국가의 손실인데도 정부관계자들은 눈앞에 놓인 정부 재정보호가 우선이다. 답답하지만 현실이다.

◇방조제 축조 종합 대책 마련해야

방조제의 소중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황과 축조공법 및 노후정도, 보수보강공법, 유지관리비 등을 계산해 내야 한다. 그보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대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피해 사례는 최근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신안군은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한 방조제 높이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용역을 착수했다. 547개 방조제 현황 측량에 이어 실제 해수면 상승량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수치모형실험을 통해 과거와 현재 해수면 변화량을 수치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미래 해수면 상승을 예측해 방조제 사업에 적용키로 했다.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방조제 사업의 기본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방조제 높이와 소요 공사비 선결이 급선무다. 그래야만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다. 현행 방법인 돌과 콘크리트만으로는 곤란하다. 거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토목이 화학을 만나는 융복합을 시도할 때다. 바닷물이 세는 기존 방조제 중간에 적당한 틈(터파기)을 내서 양측에 차수벽을 형성할 수 있는 고분자화합물(우레탄 등)을 주입하는 것이다. 그 깊이는 침윤선(하천제방이나 흙댐 등을 통해 물이 통과할 때 여러 유선들 중에서 최상부의 유선)을 계산하면 된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토사의 공극을 메우면서 바닷물의 유입이 차단되게 된다. 그러면 그 중간을 되메우기한 후 적정 높이의 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체를 설치하면 된다. 방조제나 해안 길이는 세월이 지나면서 해류나 장어, 게와 같은 바다 생물에 의해 틈이 생긴다. 해류가 역류함에 따라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많다. 부분적으로 틈을 막는 공법에는 일시적이고 한계를 안고 있다. 재시공을 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기도 하다. 최근에는 조성된 길을 일부 절삭해 원천적으로 해류 유입을 차단해 시공하는 공법이 개발돼 시행 중이다. 시공성과 경제성이 돋보이는 공법으로 환영 받고있다. 세상은 변하는데. 내 것만 고집할 수는 없다. 과거 짚신장수의 비법인 ‘털털털’만 지키고 있을 수도 없다. 학문의 경계도, 전문가의 영역도 깨져야 한다. 늘 공부가 필요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도전이다. 방조제에서 배우는 오늘이다.

팔금 장목뒤방조제(신안군 제공)

◇방조제 유지비 국가 지원률 높여야

섬을 에워싸고 있는 신안군의 방조제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기꺼이 해내고 있다. 5년 전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된 반월, 박지도에 놓인 방조제는 환상적인 둘레길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퍼플섬 관광 코스 중 으뜸이다. 모실길 조성도 한창이다. 찾아오는 손님을 극진히 모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담았다. 신안 갯벌 모실길은 내년까지 1004km를 만든다. 그 중 방조제를 활용한 모실길에는 전망데크와 정자, 의자, 화장실 등 부대시설을 꼼꼼히 채웠다. 조형물도 설치하고 색깔을 입혀 멋까지 더했다. 방조제가 내어준 자전거길은 럭셔리하다. 전국의 1천2백만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 꼭 한번 가봐야 할 성지로 극찬받고 있다. 아름다운 바다 해안길과 갯벌 노두길, 염전길, 방조제 길 등 섬 둘레를 달리며 흠뻑 빠지는 매력 때문이다. 천리가 훌쩍 넘는 500km의 자전거길은 넓은 들판과 수려한 산세, 멋진 해변이 하모니를 이룬다.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한눈에 굽어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섬 마을들이 안고 있는 이야기들과 역사, 문화자원을 둘러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밖에도 방조제는 우회도로로서의 역할도 충실하다.
기 혁 농업용수 팀장은 “신안군은 전국 1,665개 방조제 중 33%에 해당하는 547개, 배수갑문 또한 2,342개 중 1,076개로 전국 배수갑문의 절반을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 팀장은 “매년 노후되는 방조제와 배수갑문의 유지관리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군의 재정으로는 보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중앙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보조금도 2017년 이전 70%에서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50%로 자치단체의 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배수갑문 유지관리에 대한 별도의 예산이 없어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중앙정부에서는 방조제 예산의 지방 이양을 검토하고 있어 547개의 방조제를 관리하는 신안군은 주민의 재산과 영토 보호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기 팀장은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고 태풍 빈도와 강도는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섬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해 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현 법령이 방조제 기능이 변화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방조제 보수 시 관광객 유치와 우회도로, 둘레길 및 자전거길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법령 및 지침 등의 변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팔금 장목뒤방조제(신안군 제공)

▲ 인터뷰｜박우량 신안군수 “ 1천개 넘는 배수갑문도 새 기록 도전”

“우리 군 547개의 방조제는 농경지를 보호하는 것 외에도 해안도로와 자전거 도로 등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신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곳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박우량 군수는 “신안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퍼플섬’이 방조제를 이용한 관광 코스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반월, 박지도처럼 작은 섬에 있는 방조제를 적극 활용해 가고 싶은 섬, 걷고 싶은 모실 길을 조성해 관광객이 넘쳐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국내 단일 지자체가 보유한 최다, 최장 길이 방조제로 한국기록원이 인증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돼 자랑스럽다”면서 “1천여개가 넘는 배수갑문도 한국기록원에 새로운 기록으로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내년에 미국월드레코드커미티와 세계기록위원회, 기네스북 등 해외 기록 인증 전문 기관에도 인증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군수는 “앞으로 한국기록원에서 인증 받은 국내 최다, 최장 방조제를 이용해 관광산업과 연계하고, 신안의 브랜드가치를 높여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강조했다.

＊참고문헌 신안군 방조제 시설물 관리대장
＊도 움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