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계를 대표한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오는 2021년 1월 18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체육계의 전반적인 비리 폭로에 이어 최숙현 선수 사망 이후 크게 명예를 실추한 체육계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으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체육계 흐름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보성 출신 당수(堂樹) 유준상 현 대한요트협회 회장이 광주·전남에서도 대한체육회장이 배출될 때가 됐다며 출마의 뜻을 밝혔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위해 고향 보성과 장흥, 구례, 여수 등에서 체육인들과 좌담회를 가졌고 전국 17개 시·도를 순방하며 흐트러진 체육계의 여론과 바닥 민심을 수렴한 뒤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할 방침이다. 정치, 경제, 체육계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지닌 유준상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체육회장에 출마 동기는.
▲우리나라 체육계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정권의 결정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회장이 흐트러진 체육계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사례와 이미 체육계의 별이 된 철인 3종 경기의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보면서 확고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위해 체육인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성실히 여론을 수렴한 뒤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해 이 한 몸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전할 생각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체육계를 돌아볼 때 광주·전남에서도 체육회장이 배출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중추절에 선영에 들려 굳은 각오를 다짐했고 고향에서 정치적으로 후원해주신 옛 동지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체육회장의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공직선거법상 출마자격이 없는 이들이 선거에 나온다는 것은 기본에 어긋나는 일이다.
능력과 철학, 비전을 갖춘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가 대한체육회장이다. 욕심보다 먼저 스스로 능력과 소신, 철학이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새 회장 선출 과정에서 자칫 금권, 관권 선거가 될 우려도 느껴진다. 예산과 자리를 이용해 선거를 치르려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기대어 선거에 참여하려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최소한 공직선거법에 따라서 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육계 리더에게는 4가지 덕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능력이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제나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도덕성이다. 털어서 먼지 날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맡으면 안 된다. 세 번째는 애국심이다. 스포츠는 국위선양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통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많은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16년간 국회에 있으면서 정치가가 아닌 정치꾼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국가나 사회를 보기 전에 자신의 재선만 바라본다. 체육계에도 체육꾼이 아니라 진정한 체육인이 나와야 한다.
―정치 경력만큼 체육계와의 인연도 깊다.
▲형님이 유도, 동생이 필드하키 선수였을 만큼 온 가족이 체육을 하고 있다. 나도 유도 공인 5단으로 최근까지 100㎞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한 경력을 지녔다. 체육 쪽에 익숙하다 보니 1974년 해외 대회에 나가는 레슬링 선수단장을 시작으로 1988 서울올림픽 국회지원특별위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 8년간 대한롤러스포츠연맹 회장도 지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롤러 인라인 종목의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스포츠 외교활동도 열심히 했다.
대한요트협회장은 볼보오션레이스라는 요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그것이 요트협회와 직접적인 인연이 됐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시대에 요트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블루 오션’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생겨 회장직을 수락했다.
그런데 막상 맡고 보니 재정자립도가 6%로 체육회 가맹단체 중 꼴찌였다. 밀린 직원 급료와 퇴직금, 시간 외 수당에 미지급 포상금 등을 해결하고 조직을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역대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가져와야 겠다는 생각에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요트협회 일본지부를 설치하는 등 열심히 준비했지만, 올림픽이 연기돼 아쉽다.
―한국 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처음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 가맹단체 회장 49명만 투표한다고 하더라. 이것은 권력의 목소리에 좌우되는 구조였다. 그때부터 체육인 동호회 학부모까지 온 국민이 참여하는 투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금 1,400명이 넘는 대의원 투표 방식으로 바뀔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조재범이나 고 최숙현 선수 사건처럼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대한체육회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사실 폭력과 성폭력 문제는 체육계뿐만 아니라 일부 지자체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난다.
그런데 체육계만 이런 일이 있는 것처럼 집중 조명받는 것은 아쉽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클린센터’ 설치 같은 흔한 대책보다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성적 지상주의는 폭력사태의 악순환을 반복시킨다. 그 고리를 끊으려면 선수나 지도자가 평생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역할 마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도 표면화됐는데.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는 오랜 기간 사안별로 입장을 달리해 왔다. 최근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한국 체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체부와 체육회가 상호 보완 작용을 해야 하는데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문체부와 체육회가 서로 분리와 통합 주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지금은 체육인 인권 문제에 오롯이 집중할 때다.
특히 최근 체육회장 연임을 위한 정관 개정을 두고 두 조직 간 갈등이 컸는데, 양측 모두 문제가 있었다. 체육회는 특정 인사를 위해 정관까지 바꿀 필요는 없었다. 문체부는 개정된 정관 승인을 5개월이나 미룰 필요가 없었다. 2024 동계청소년 올림픽 유치와 2032년 하계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 등 당면과제를 위해서라도 두 조직의 협력은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한국 체육계가 나가야 할 방향은.
▲경기에서 이기는 기술이 아닌, 체육인 헌장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체육회부터 자주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엘리트 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 등의 구분을 할 것이 아니라 5,200만 국민 모두를 위한 스포츠가 돼야 한다. 체육청 독립도 한 방법이다.
이제는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 스포츠 선진화가 중요하다.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맞는 체육이 요구된다.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해외 스포츠기구와 적극적인 교류도 필요하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처에서 유럽 등 선진국들보다 우리나라가 더 잘했듯이 스포츠 분야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발전을 이룬 정보기술과 스포츠의 접목이 중요하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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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이 선수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
▲보성 출생(78) ▲광주고·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건국대 정치학 박사 ▲제11, 12, 13, 14대 국회의원 ▲국제의원연맹(IPU) 부의장, 대한롤러스포츠연맹 회장, 국제롤러경기연맹 올림픽 특별위원, 국민생활체육회 고문 등 역임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 ▲한국블록체인기술진흥협회 이사장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대한민국 헌정회 이사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대한요트협회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