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시도 통합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추진방식 등에 대한 로드맵이 잡혀가고 있다. 민선 1기, 2기 두차례에 걸쳐 시도됐다가 행정력 낭비와 지역간 갈등을 비롯한 부작용만 남기고 좌절됐던 통합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 이어 광주·전남도 통합을 시도하면서 지방자치의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타 지역은 오랜기간 민간주도로 통합논의가 진행돼 왔지만 광주·전남은 지자체 차원의 행정통합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행정은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치단체 차원의 행정통합 역시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통합의 목적이 행정의 효율성에 치우치다 보면 예산 배분 역시 대도시 위주로 이뤄지고 지역내 불균형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수도권 집중화에 맞서 시도되는 광주·전남의 통합이 지역내 또 다른 집중화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화 대응 차원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두 지역 정치, 경제,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행정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6가지 합의사항을 보면 통합 논의는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고, 광주전남연구원이 통합의 내용, 방법, 절차 등에 관한 연구 용역을 수행하며 그 내용에는 경제공동체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의 장단점을 포함키로 했다.

또 용역 기간 1년, 검토·준비 기간 6개월을 거쳐 시·도 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합단체장의 권한을 강화해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과 재정지원 확보 등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협력한다는 등 내용도 담겨 있다.

맨 처음에는 행정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양 지자체의 협의 과정에서 민간주도로 통합을 추진하고 경제공동체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사실 행정기관 주도로 이뤄지는 행정통합은 효율적인 부문만 강조돼 지역내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우선 예산 배정이 그렇다. 효율성은 행정이 추구하는 가치중 하나이다. 신규사업의 추진여부를 판가름할 때에도 비용 대비 편익(B/C)이 기준이 되고 예산의 배정도 대부분 이런 관점에서 이뤄진다. 예산을 비롯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만을 위한 행정통합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남 외곽지역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적인 재원(예산)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이끌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은 곳과 이용률이 높은 시설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대도시인 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와 물동량이 적어 비용 대비 효과 즉 경제성이 낮게 나오는 전남지역에 우선해서 예산을 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남은 대도시인 광주에 비해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반면에 김과 미역, 양식어패류 등 각종 수산업을 비롯해 농업과 축산업 등 온갖 산업이 혼재한 곳으로 대도시 행정과는 사뭇 다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광주와 전남을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서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유념해야 할 점은 광주·전남의 통합이 대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광주시는 인근 지자체와 여러 부문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인접한 나주시와는 쓰레기 반입문제로, 화순군과는 동복호 상수원보호구역 관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무안군과는 민간·군사공항 이전 문제로 대립하는 등 곳곳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갈등만 있을 뿐 상생과 화합을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시·도통합은 다소 생뚱맞게 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시도 통합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심을 살수도 있다.

빠른 통합 보다 성공이 중요

지자체간 광역통합은 민선 7기 들어 전국 지자체들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부분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경제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남지역이 대구·경북과 부울경으로 재편될 경우 가히 수도권에 대적할만한 규모의 정치·경제 블록을 만들게 된다.

광주와 전남은 이번 세번째 통합에도 실패하면 앞으로 오랫동안 통합이라는 말 자체를 빼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몸집을 키운 타 지역에 비해 정치적인 소외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도되는 시·도통합은 그만큼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감성에 호소해 밀어붙이듯 시도했다가는 또 다시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정치적인 목표없이 오로지 광주·전남만을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